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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 관통해야하는 KTX철로…집주인 빚 늘리라는 전세제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의 공약집 ‘세상을 바꾸는 약속’에 ‘책임 있는 변화’를 부제로 달았다.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박 당선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한 번 내건 공약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각오를 다진 셈이다.
그러나 그의 공약집 이곳저곳에는 선심성, 부족한 타당성과 현실성 없는 ‘헛공약’들이 숨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역 개발 공약이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10번이나 방문해 유세를 펼쳤던 인천에서 박 당선인은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 및 지하화’를 약속했다. 만든 지 44년이 된 경인고속도로는 이미 건설비를 충당하고도 남을 만큼의 수입을 거둔 만큼, 통행료 폐지는 어렵지 않다는 평가다. 하지만 지하화는 또 다른 이야기다. 인천시장선거 때마다 여야 후보들이 앞다퉈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1조원이 넘는 공사 규모에 당선 이후에는 입닦기 바빴던 사업이 바로 경인고속도로 지하화다.
1000만 경기도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 약속한 ‘수서발 KTX 노선 의정부 연장’도 도마에 올랐다. 서울 강남에서 서울을 가로질러 의정부까지 시속 300㎞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철길을 만들 땅이 확보 가능할지 의문이다. 정부와 경기도가 오는 2020년까지 만들겠다고 약속한 비슷한 내용의 경기 북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도 아직까지 예비타당성 조사에 발목 잡힌 상태임을 감안하면, 박 당선인 임기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사실상 힘든 공약(空約)인 셈이다.
박 당선인이 주거 복지의 아이디어로 제시한 철도 부지 위 임대주택과 기숙사도 실현 가능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철도 부지 위에 집을 지으면 땅값이 적게 들어 시세의 절반으로 공공임대가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안전성과 주거 적합성 측면에서는 뾰족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적합한 철도 부지나 필요 재원은 제시조차 안 했다.
당선인의 또 다른 주택 공약인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도 많은 전문가로부터 비판받고 있다. 전세 가격 인상에 따른 세입자 부담 경감을 위해 집주인이 인상금액을 금융권으로부터 대출받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집주인이 자신의 부채를 왜 늘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소득공제 40% 추가 인정’만으로는 사실상 ‘무늬뿐인 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여성들을 위한 ‘여성 교장 채용쿼터제’는 현장 현실과 동떨어진, 대표적인 ‘헛공약’이다. 이미 여교사 비율이 76%를 넘어선 초등학교는 물론, 중ㆍ고등학교에서도 각각 67%와 50%가 여교사인 교육계의 ‘여초 현상’을 감안하면 여성 교장 쿼터는 이제는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지난 18대 국회에서는 남자 교사 충원을 위해 남성의 채용 하한선을 낮추는 특별법까지 논의하기도 했다.
이 밖에 기초노령연금 확대, 반값등록금 실현,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같은 대표 복지 공약들도 현실적으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매달 9만4000원 수준인 기초노령연금을 2배인 20만원까지 늘리겠다는 박 당선인의 공약 이행을 위해서 5년간 14조6600억원 이상의 돈을 국민연금 등에서 마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재원 고갈이 우려되고 있는 현행 국민연금 재원에 대한 대책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도 쉽지 않은 과제다. 1개의 보육시설을 새로 만드는 데만 10억원가량의 돈이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250개를 늘리기 위해서는 모두 2500억원이 든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늘어나는 보육인력에 대한 인건비, 또 무상 복지에 따른 추가 비용까지 감안하면 ‘배보다 배꼽이 큰’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 사립 보육시설 종사자들의 반발 또한 무시 못한 사회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
박 당선인은 선거 기간에 임기 5년간 131조4000억원의 공약 이행자금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매년 26조원을 ‘박근혜 복지, 개발 사업’에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예산 절감과 세출 구조조정, 비과세 감면, 축소 등으로 조달 가능하다고 했지만, 많은 전문가는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심지어 공약집 이곳저곳에는 비용 추산에서 빠진 수조원대 약속들이 숨어 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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