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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개혁방안 하나 못 내 막장 치닫는 검찰
검찰에 대한 실망의 끝은 어디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이번에는 검찰총장과 그 오른팔이라는 대검 중수부장이 정면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최재경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고, 최 부장이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대검 고위간부들이 가세해 집단사퇴 의사를 밝히며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항명’ 사태로 번지는 상황이다. 벼랑 끝에 몰린 검찰이 결국 그 아래로 뛰어내린 꼴이나 마찬가지다.

최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에게 언론 대응방안을 조언해 검사의 품위를 떨어뜨렸다는 게 표면상 이유다. 하지만 근저에는 중수부 폐지를 골자로 하는 검찰 개혁 방안을 둘러싼 마찰이 자리하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 부장 역시 “중수부 폐지를 놓고 총장과 마찰이 있었고, 그게 감찰조사로 나타났다”고 주장, 심각한 갈등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경위야 어떻든 검찰 수뇌부끼리 드잡이를 하는 것은 볼썽사나운 일이다. 집안 들보가 내려앉는데도 밥그릇 싸움이나 하는 한심한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물론 법조계 내부에서조차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논란이 되고 있는 중수부 폐지를 포함해 상설특검제 등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하지만 검찰 스스로 뼈를 깎는 통렬한 자기 반성과 초심을 되찾지 않으면 어떤 개혁안도 소용이 없다. 스폰서 검사, 그랜저ㆍ벤츠 검사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에 뇌물 검사, 성추문 검사 사태가 불거지는 검찰 아닌가. 그런데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검찰총장과 중수부장의 충돌까지 일어났으니 콩가루 집안이 따로 없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검찰은 자체적으로 개혁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조직임이 입증됐다. 설령 이런 상황에서 요란한 개혁안이 나온다 한들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 개혁을 논의하겠다며 야심차게 시작했던 평검사회의도 모두 취소됐다. “자체 개혁 논의는 끝났으며 결국 ‘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한 검사의 자조 섞인 한탄은 우리 검찰의 현주소다.

그렇다면 검찰 개혁을 외부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검찰을 다시 설립한다는 자세로 모든 것을 원점에서 시작해 밑바닥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대통령 선거가 한창 진행되고 있지만 그 결과에 신경 쓸 일이 아니다. 검찰 개혁은 특정 정권 차원이 아니라 국가 존립의 차원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검찰을 죽게 둘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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