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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황해창> ‘오바마 스타일’ 리더십
미국의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지만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리더십, ‘오바마 스타일’이 건재하는 한 그다지 문제 안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뉴스가 쏟아진다. 두 동강 난 민심에 천문학적 재정적자가 문제다. 보란 듯이 승리 이튿날 다우지수는 급락으로 파티에 찬물을 끼얹었다.

클린턴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는 며칠 전 자매지 코리아헤럴드에 게재한 칼럼에서 민주, 공화 둘로 갈라진 사회현상을 ‘새로운 미국 내전(new American civil war)’으로 표현했다. 가족이나 연인 사이에도 금이 갈 정도로 베트남 참전 당시 국론분열 그 이상이라고 한다. 재정문제도 심각하다. 새해 예산통제법이 시행되면 내년부터 7000억달러가 감축돼 재정절벽(fiscal cliff)이 현실화할지 모른다. 나랏빚을 줄이면 경기가 죽고 돈을 풀면 재정이 죽는 진퇴양난이다.

그러나 나는 그다지 염려하지 않으려 한다. 세계 경제 2위국인 중국의 약진이 미국의 단합과 분발의 촉매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적 자존심’의 문제다. 이보다 더 큰 미국적 장점이라면 난 서슴없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출중한 리더십을 꼽고 싶다. 바로 오바마 얘기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딛고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 됐고, 연임에 성공한 그는 ‘슈퍼 아메리칸’이자 ‘아메리칸 드림’의 표상이다. 미국은 그의 진정성 있는 리더십을 또 선택했다.

후보 오바마가 첫 TV토론에서 라이벌 롬니에게 크게 밀리자 유력지 ‘타임’은 “4년 전 지지가 ‘초인 오바마’에 대한 환상의 결과였다면 지금은 실패하기도 하는 인간 오바마에 대한 진지한 지지”라고 했다. 실제로 오바마는 초대형 허리케인 샌디가 상륙하자 닷새 동안이나 유세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이재민을 보듬었다. 그에겐 황금시간 아닌가. 오바마는 대통령이 된 이후 하루도 빠짐 없이 사방각지에서 날아든 편지에 일일이 답을 쓰고 잠자리에 든다. 부인 미셸 오바마가 찬조연설에서 밝힌 내용이다.

오바마는 소탈하다. 백악관 전통대로 집무 동 복도 전체 벽은 대통령 사진 상설전시장이다. 지나가다 벽 하단에 눈길 끄는 사진이 있으면 무릎을 꿇고 키득키득 웃으며 보는 그다. 얼마 전 흑인 꼬마 앞에 90도 이상 허리를 꺾어 화제가 된 사진이 그중 하나다. 전근인사차 들른 백악관 직원 가족을 배웅하는 자리에서 그 꼬마가 머리 스타일이 같다고 하자 “친구, 직접 확인해 봐” 하며 꼬마와 키 높이를 맞추고 머리를 만지게 해준 그다.

오바마는 낙천적이다. 쉴 틈까지 쪼개 비서들과 농구를 즐긴다. 투표 당일에도 듀크대 농구선수 출신 보좌관과 어울렸다. 게다가 소박하다. 부인과 첫 데이트 때 몰고 간 자동차는 너무 낡아 녹이 뚝뚝 떨어지는 데다 단 하나인 정장 구두는 한 치수 작은 것이었고, 재산 1호인 커피테이블은 주택가 쓰레기더미에서 구한 것이었다. 대통령이 되고도 에어컨이든 히터든 켜지 않고 옷 얼룩을 지우는 세제, 심지어 치실까지 휴대용 손가방에 챙겨 넣는다.

힘센 자가 겸손하고 소박한 심성까지 갖췄다면 바로 외유내강(外柔內剛) 아닌가. 이런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오바마 스타일’의 리더십을 가진 미국이기에 낙관적 소견을 내밀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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