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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10월 31일
10월 31일. 무엇을 떠올리는가? 핼러윈데이가 생각났다면 당신은 괜한(?) 돈을 쓰는 유치원생을 둔 학부모이거나 젊은 세대, 또는 분별없는 사대주의자(?) 중 한 명일 것이다. 두 장 남은 달력을 놓고 생각에 잠겼다면 가는 세월을 한탄하거나, 뒤늦은 자성을 하거나, 결혼에 쫓기는 이들일 것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은 어떤 국민가요를 떠올릴 것이다. 절정은 소멸과 짝을 이뤄 더욱 빛난다. 가을의 절정, 10월 31일.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시월의 마지막 밤을…’이란 노래는 서정적인 가사로 노래를 듣는 이들에게 추억을 하나쯤 생각게 한다.

‘잊혀진 계절’을 부른 이용은 “1년을 100으로 본다면 10월에 90을 번다”는 말을 할 정도로 10월 한 달 가장 바쁜 가수다. 10월에 그만큼 많이 들리는 노래다.

이 노래의 작사가 박건호는 시인이었다. 부슬비 내리는 어느날 밤, 사랑했던 여인에게 ‘사랑한다’는 얘기를 건네고 헤어진 사연을 노랫말로 풀었다.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그대의 진실인가요’라는 가사는 그래서 더욱 애틋하다. 그는 ‘단발머리’나 5공 시절 국민가요였던 ‘아! 대한민국’ 등 3000여곡의 노랫말을 지었다.

숱한 히트곡의 작사가였지만 박건호는 예순을 넘기지 못하고 2007년 58세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뇌졸중과 심장마비로 오랜 투병을 하면서 “신이 만든 것은 모두 폐기처분됐고, 인간이 고쳐 만든 모자이크 인생”이라고 말할 정도로 투병생활은 처절했다.

나이가 들수록 ‘잊혀진 계절’보다 박건호의 서정이 돋보이는 ‘모닥불’이 생각나는 건 왜 일까. ‘인생은 연기 속에 재를 남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전창협 디지털뉴스센터장/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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