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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3평 3억이하 내놓지마” 부녀회 또 논란
[헤럴드경제=백웅기 기자]워낙 집값이 떨어지다보니 현재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 사이 집값을 담합하는 사례가 다시 생겨나고 있다. 집값이 많이 내린 수도권 아파트 단지일수록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져 집값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조직적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도 클 전망이다.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 게시판엔 최근 이 단지 부녀회가 “33평 주택을 3억원 이하에 내놓지 말자”고 하는 인쇄물이 내걸렸다. 금융비용에 시달리다 못해 급매물로 내놓는 물건들이 간혹 거래가 되면서 집값이 도리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거듭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이에 아파트 부녀회가 집값 하한선을 설정해 더 이상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보겠다고 나선 것.

이 아파트 공용면적 105㎡(33평)의 현 시세는 3억1000만원 수준으로 지난해 10월 3억5000만원에서 1년새 11.4%나 뚝 떨어졌다. 용인시 전체로 놓고 봐도 지난달 3.3㎡당 평균매매가격이 997만원을 기록해 지난 2006년 995만원을 기록한 이래 6년 5개월만에 3.3㎡당 매매가가 1000만원을 밑도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용인시는 2000년대 중반만 해도 판교신도시 개발 후광 효과 등으로 2005년과 2006년 매매가가 각각 33%, 29%씩 오르는 등 기록적인 폭등세를 보여 ‘버블 세븐’으로 꼽힌 곳 가운데 하나다. 때문에 당시에도 부녀회들이 주변 단지 집값에 견줘 일정 금액 이하엔 집을 내놓지 말자며 집값 상승을 부추기며 사회적 문제로 회자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한해에만 14%가 떨어진 데 이어, 판교ㆍ광교 등 수도권 2기 신도시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하락세는 계속되고 있다. 고점 대비 하락률도 -19.7%에 달해 서울(-7.8%)ㆍ수도권(-8.6%)과 비교해도 하락폭이 큰 모습이다.

이에 아파트 부녀회가 집값 하한서을 설정해두고 내놓은 유인책도 금융비용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급전이 필요한 경우 연 2.5%의 저금리로 생활자금을 빌려주는 대신 아파트를 현 시세보다 싼값으로 내놓지 말아달라는 내용이다. 또 단지내 게시판, 엘리베이터 내부, 인터넷 카페 등에 시세 대비 저가에 급매를 자제하자는 ‘가이드라인’을 통지하고, 급매물을 내놓은 입주자를 만나 매물을 거두도록 종용한 것도 문제의 소지가 크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값이 많이 떨어진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인근 중개업소 등에 매물가격표 게시를 자제해달라는 압박이 있어 장사하기 힘들다”고 토로하는 지경이다. 이에 박상언 유엔알 대표는 “부동산 급등기나 급락기에 보여지는 비정상적인 행태라고는 하지만 무조건 부녀회만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kgu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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