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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형곤> 증권업계 나락에서 벗어나자
10兆 넘던 거래대금 3분의 1토막
애널 수마저 줄이며 자구책 강구
시장 헐떡이는데 정부 옥죄기 급급
‘런닝맨’ 처럼 뛰어놀 멍석 깔아줘야


처음엔 참 이상한 프로그램이었다. 마냥 뛰어다니는 출연자들에 대한 반응이 ‘대체 뭐지?’였다. 그랬던 SBS 일요 버라이어티 예능 ‘런닝맨’이 최근 100회를 돌파했다. 이젠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 하는 시청자가 크게 늘었다. 성공의 비결은 바로 프로그램을 가득 메운 콘텐츠다. 뛰어다니는 와중에 튀어나오는 스릴과 긴장,재미가 킬러 콘텐츠로서 제 역할을 다한 것이다.

K-팝(Pop)도 그냥 탄생한 것이 아니다.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 있었다. 보아라는 1세대 K-팝 스타와 이런 스타를 10여년에 걸쳐 기획상품화한 코스닥 상장사 SM엔터테인먼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K-팝은 이제 SM과 역시 코스닥 상장사인 YG엔터테인먼트,JYP라는 거대 기획사의 삼각체제를 맞아 더욱 진화하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요즘처럼 힘든 적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잠잠해지니 유럽 재정위기가 터졌고,끝 모를 유럽 위기에 글로벌 경기침체까지 맞물려 실물경제가 죽을 맛이다.

하루 10조원을 넘나들던 거래대금이 3분의 1토막 나자 돈 들어올 구멍이 막혔다며 죽을 상이다. 수입원이 뻔하니 아무리 계산기를 두들겨봐야 헛수고다.

이는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 의존도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익원 다변화와 정부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저마다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갔고 핵심 분야인 애널리스트 수마저 줄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차라리 주식시장이 왕창 깨졌으면 하는 푸념도 나온다. 그래야 거래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환위기 등을 거친 학습효과란 무섭다. 극심한 눈치보기 장세에 시중 부동자금만 넘쳐나는 양상이다.

거래대금 부족만을 탓할 건 분명 아니다. 증권사 스스로의 활로 모색이나 자정 노력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주가연계증권(ELS) 집단소송 등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공정거래위원회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여부 조사라는 메가톤급 악재가 터져나왔다. 개인적으로는 증권사들이 CD 금리를 담합했을 가능성은 작다고 보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다.

증권을 규제산업으로 보는 정부의 인식도 문제다. 지난 2007년 12월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여의도를 찾아 “코스피 지수 3000,임기 내 5000”을 말한 바 있다. 당시 이 후보는 “우리 주식시장이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금융시장에서 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금융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어떤가. 시장 전망이야 틀릴 수 있지만 적어도 ‘런닝맨’처럼 뛰어놀 수 있는 멍석은 깔아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지난 18대 국회는 이슬람채권 발행을 종교적 이유로 무산시킨 데 이어 증권업계의 숙원이던 자본시장통합법마저 외면했다. 파생상품에 대한 각종 규제에 이르기까지 지나친 옥죄기에 시장은 숨만 헐떡이는 모습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은 19대 국회에 다시 올린다고 했지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중요한 건, K-팝은 민간 스스로 부흥시켰다는 점이다. 정부가 먼저 나선 게 아니다.

증권업계도 정부를 쳐다보기 앞서 나름의 킬러 콘텐츠를 찾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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