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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출산율을 높이려면...
민간기업에 다니던 고향 후배가 2년 전 ‘과감히’ 육아휴직을 신청해 1년간 회사를 쉬었다. 회사 동료들의 눈총이 따가웠지만 이 후배는 법에 정해진 권리를 당당하게 사용했다. 고용보험법에 의해 1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는 자녀가 만 6세 이하로 초등학교 취학 전인 경우 양육을 위해 최장 1년까지 휴직할 수 있다. 부모 중 누구든 한 명이 활용할 수 있다. 대개 산모인 여성이 사용한다. 하지만 이 후배는 남성임에도 육아휴직을 하고 이 기간을 활용해 책을 한 권 펴냈다. 육아휴직 기간에는 통상임금의 40%까지 급여도 받는다.

대한민국이 인구 5000만명 시대에 들어섰는데 화두는 인구 감소다. 출산율이 1.23명 수준으로 떨어져 2045년부터 다시 4000만명대로 줄어들 전망이란다. 저출산ㆍ고령화가 고착화되면 생산가능인구도 줄어 국력이 쇠약해진다고 우려한다. 그래서 출산장려금을 비롯해 배우자 출산휴가, 보육료와 유아학비 지원 등 자녀 키우기 지원 정책이 다양하게 도입되고 있다. 지난 1980년대에 ‘하나 낳아 알뜰살뜰’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표어까지 내놓고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크다.

통계청은 최근 인구 5000만명 돌파 자료를 내놓으면서 저출산의 원인을 주로 여성에게서 찾았다. 가임기인 20~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증가로 미혼율이 급상승하고, 초혼과 출산 연령이 높아졌기 때문이란다. 한때는 고소득 선진국이 될수록 여성들이 몸매 관리나 자기 생활을 즐기기 위해 아이 낳기를 꺼린다는 진단이 나온 적도 있었다.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의 부국들이 대표 사례로 소개됐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출산율은 최근 눈에 띄게 높아졌다. 프랑스는 1990년대 초 연평균 1.71명이던 출산율이 2010년 이후에는 1.99명 수준으로 늘었다. 스웨덴은 2000년 1.55명에서 2008년에는 1.91명으로 증가했다. 법정근로시간을 줄이고 각종 무상 유아교육과 양육수당을 주는 등 국가가 나서 여건을 마련해준 덕분이다.

사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후손을 더 강하게 키우고 널리 퍼뜨리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는 저서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 “인간은 유전자의 복제 욕구를 수행하는 생존기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번식 본능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낮아지는 핵심 원인은 가정의 힘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제적 부와 사회적 네트워크가 성공의 상징이 되면서 생활의 중심은 가정에서 직장으로 옮겨졌다. 가계를 꾸릴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직업이 자아 실현의 수단으로 발전했다. 남편은 직장생활을 잘하기 위한 아내의 내조가 필요하고, 커리어우먼에게 가족이나 임신은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보여주는 대로 성공의 장애물일 뿐이다. 자식을 키우는 둥지가 취약하니 아이를 낳기가 겁난다.

따라서 출산율을 높이는 근본 대책은 요람으로서의 가정을 되살리는 것이다. 사실 유럽에서 출산장려책으로 성공한 법정근로시간 축소, 휴가 확대, 육아비 지원 등은 가족들이 함께할 시간을 늘려주는 것들이다. 자녀를 키우는 데 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해 나가야 할 시간을 줄여 가정을 가꿔야 한다는 의미에서 필요하다. 본질은 가정이다.

박승윤 경제부장/parks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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