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낫지않는 여름감기, 에어콘만 끄도 ‘뚝’
직장인 문모(29) 씨는 계절을 거꾸로 보내고 있다.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문 씨의 몸은 어찌된 일인지 자꾸만 차가워지고 기침도 계속된다. 지난 겨울 남은 감기약을 먹어봐도 소용이 없다. 결국 병원을 찾은 문 씨에게 내려진 의사의 처방은 의외로 간단했다. 에어컨을 끄세요. 문 씨는 열흘 가까이 달고 살던 콧물을 그제서야 멈출 수 있었다.


▶냉방병이란?=여름철 고온 다습한 날이 계속되면 우리 몸은 체온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로 인해 내분비계나 신경계통에 균형이 깨지고 대사 능력 및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를 비롯한 여러 질병에 걸리기 쉽다. 여기에 당장의 시원함을 원해 무턱대고 에어컨을 켜면 가뜩이나 허약해진 우리 몸이 다시 급격한 온도 변화까지 감당해야 돼 십중팔구 탈이 난다. 에어컨의 냉기가 피부에 직접 닿기 때문에 냉방병에 걸리기 쉽다.

우리 몸은 36.5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온도 변화가 5도 이상 큰 차이가 나면 인체의 부조화가 발생해 냉방병에 걸린다. 또한 에어컨은 창문을 꼭꼭 닫고 틀기 때문에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실내 공기에 포함된 여러 가지 유해물질과 병원균에 감염될 수 있다. 에어컨의 냉각수에 자라는 레지오넬라균은 인체에 들어가 근육통, 미열, 기침, 인후통 등을 불러올 수 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제공

▶냉방병에 걸리면=냉방병에 걸리면 두통과 피로감, 근육통, 집중력 저하 등에 시달린다. 또 어깨나 팔 다리가 무겁고 허리가 아픈가 하면 한기를 느끼고 식은땀을 흘리기도 한다. 위장 기능도 떨어져 소화불량이나 설사, 복통이 생길 수도 있다. 여성의 경우 생리가 불규칙해지고 생리통이 심해지기도 한다. 에어컨은 내부 습기를 제거하므로 습도가 낮아져 눈물, 콧물 등의 점막 자극 증상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는 환자는 에어컨의 찬 공기에 비강 점막이 노출되면서 코막힘, 콧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노인과 아이들은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기 어려워 에어컨 냉기나 일교차에 의한 온도 변화에 취약하다. 고혈압, 당뇨병 같은 질환을 갖고 있는 만성질환자 가운데 심폐기능에 이상이 있거나 신체허약자들은 냉방병에 걸리기 더 쉽고 기존 질환도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질환을 갖고 있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가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되면 중증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의사를 찾아야 한다. 에어컨의 냉기가 직접 관절에 닿으면 관절염 환자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예방이 치료고 치료가 예방=냉방병은 특별한 치료 없이도 냉방기구 사용을 줄이고 실내외 기온차를 줄이면 수일 내 증상이 좋아진다. 예방법이 곧 치료법인 셈이다. 긴 소매 옷을 준비해 장시간 냉기에 노출될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 좋으며 찬 바람이 직접 몸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에어컨은 강하게 잠깐 트는 것보다 약하게 천천히 냉기를 내보내도록 하는 것이 좋다. 실내에서도 가끔씩 몸을 움직여 근육의 수축을 막고 혈액순환을 도와야 한다. 냉방이 잘되는 실내라면 찬 음료보다 따뜻한 물이나 차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에어컨 내부가 더러우면 각종 세균의 서식처가 될 수 있으므로 자주 필터를 교체하거나 청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증상이 나타나면 에어컨의 온도 설정을 높여 외부 온도와 5도 이상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충분한 환기도 중요하다. 긴 옷이나 가벼운 담요로 몸을 따뜻하게 하고 마사지를 하거나 찜질 등을 이용해 혈액순환을 돕는 것도 냉방병에서 벗어나는 좋은 방법이다. 산책 같은 가벼운 운동 역시 체온을 높여줘 도움이 된다.

소화가 안 되거나 설사가 나는 위장장애가 있다면 과식을 삼가고 위에 부담이 가지 않는 음식으로 가려 먹어야 한다. 드물기는 하지만 그래도 쉽게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레지오넬라균에 의한 폐렴 증상이 있다면 전문적인 치료가 필수다. 또 면연력이 약해진 까닭에 감기에 걸리기 쉬우므로 기침과 가래 같은 호흡기 증상이 계속되면 이 역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도움=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