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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또다시 불거진 중국의 역사왜곡
만리장성이 옛 고구려와 발해의 영토에까지 세워져 있었다는 중국 국가문물국의 발표는 명백한 역사 왜곡이다. 최근 몇 년간의 고고학적 조사를 통해 지린(吉林)과 헤이룽장(黑龍江)에서도 진한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만리장성의 유적이 추가로 발굴됐다는 것이니, 그동안 억지논리와 궤변으로 지속돼온 동북공정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고구려가 발흥하고 지배했던 백두산 지역까지도 과거 중화민족의 통치권에 속해 있었다는 근거를 축적하려는 얄팍한 속셈이 읽힌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가 이번 발표에서 만리장성의 서쪽 경계를 신장위구르자치구까지 확대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축조한 주체와 시기가 서로 다른 성곽을 억지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중국 영토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의 역사를 함께 묶어버리려는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의 속셈인 것이다. 현재 중국 북부의 모든 지역에 걸쳐 유적이 새로 발견됨으로써 만리장성의 총 길이가 2만1200㎞에 이른다는 것이 중국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인식됐던 만리장성 길이의 2배를 훨씬 뛰어넘는다는 점에서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그동안 만리장성의 동쪽 끝은 허베이성(河北省)의 산하이관(山海關)이라는 것이 정설로 굳어져 있었다. 산하이관이 만리장성 종착점에 위치한 최초의 관문이라는 뜻에서 ‘천하 제일관’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는 사실이 그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지난 2009년 중국은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의 박작성(泊灼城)이 만리장성의 일부로 확인됐다며 그곳에 ‘만리장성 동단 기점’이라는 표지판을 세우기도 했다. 그 뒤 중국은 백두산 근처에서도 진한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만리장성 유적이 새로 발굴됐다며 계속 그 경계를 늘려왔다.

중국이 이번에 추가로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만리장성 유적들은 기존 만리장성의 개념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 우리 학계의 일관된 주장이다. 역사적인 사실관계를 감안한다면 적어도 지린에서 발견된 유적들은 고구려 것일 가능성이 크다. 앞서 박작성의 경우만 해도 당태종의 침공에 맞서 지키던 고구려의 성이었다. 이처럼 끊이지 않는 중국의 역사 침탈에 대해 우리 정부의 단호한 대응책이 요구된다.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가 갖는 의미는 민족사적으로 중요하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명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이유로 우물쭈물했던 선례를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가 중국의 역사 왜곡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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