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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특허분쟁, 친기업적으로 바뀌어야
역대 최단기간 200만 관중 돌파가 보여주듯 프로야구의 열기가 뜨겁다. 그러나 가끔 야구를 보면서 심판의 잘못된 경기 룰의 적용이나 오심으로 인해 경기가 재미없어질 때는 그라운드를 뛰고 있는 선수들도 불쌍하지만, 관중으로서 화가 나기도 한다.

생각이 여기에 미칠 때면 특허심판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으로서 특허심판원을 돌아보게 되며, 더 나아가 우리나라 특허소송체계 전반을 생각하면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곤 한다.

월남전 패배 이후 급격한 경기침체로 고생하던 미국이 그 터널을 빠져나오는 수단으로 친 특허정책(Pro-patent)을 선택했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정책이 성공하는 데는 특허소송을 전담하는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의 설립이라는 친기업적 지식재산 사법제도의 변화가 있었다.

특허를 잘 아는 전문 판사가 관할을 집중해서 재판을 담당하니 반 특허주의(Anti-patent) 성향이 강했던 일반 법원과 달리 특허권자의 승소율이 60%에 육박했다. 그 결과 산업계는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되고 혁신을 촉진하는 동기부여로 연결되어 미국의 경쟁력제고에 기여했다.

지난 3월 미국 상무부의 ‘미국 경제와 지식재산’ 보고서는 2010년 기준으로 지식재산이 직간접적으로 창출한 일자리가 4000만개로 전체 일자리의 27.7%에 이르고, 지식재산 집약산업의 부가가치가 5조600억 달러로 GDP(국내총생산)의 34.8%를 차지한다고 보고했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했던 것처럼 특허분쟁에 있어서 공정한 경기의 룰과 운영은 그라운드의 선수인 기업들에게 열심히 뛸 수 있는 근원을 제공한 셈이다.

이제 눈을 돌려 우리나라를 보자. 1998년 사법제도 개혁의 일환으로 특허법원을 설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권리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적은 것 같다. 특허의 유ㆍ무효와 권리범위에 속하는지 여부를 다루는 특허심판원ㆍ특허법원과 가처분 결정과 손해배상 재판을 다루는 지방법원ㆍ고등법원의 판결이 서로 상이한 결과가 종종 나타난다. 그 결과 소송비용이 증가하고 소송기간도 길어질 뿐만 아니라, 특허권자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특허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수준도 매우 낮은 실정이다.

대기업은 고비용ㆍ장기간의 소송을 견딜 수 있으나 중소기업들은 소송하다 회사를 망치는 수가 비일비재하다. 결국 특허 때문에 회사 망쳤다는 원망을 듣게 되는데, 이것은 잘못된 경기 룰과 심판들의 잘못으로 경기를 망치는 야구 경기와 흡사한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다행히 지식재산기본법이 작년 7월에 시행돼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출범했고 ‘지식재산권 분쟁해결제도 선진화 특별전문위원회’가 구성돼 운영되고 있음은 반가운 일이다. 최근 특허분쟁의 전쟁터가 되고 있는 미국도 특허분쟁을 저렴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특허심판원에 해당하는 특허저촉항고심판소(BPAI)를 특허항고심판소(PAB)로 명칭을 변경하고, 심판의 대상도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결정계 심판과 무효심판을 담당하도록 법령을 개정했다. 좀 더 친 기업적인 특허분쟁 체계 구축을 통한 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려는 정부의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지식재산권 분쟁해결제도 선진화 특별전문위원회의 논의 결과가 기업의 혁신을 이끌 수 있도록 신속하고 정확하며 저렴한 특허소송체계, 특허침해소송과 심결취소소송의 관할을 집중하는 제도의 탄생 및 대체적 분쟁해결(ADR) 수단들이 활성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만들어 져야 한다. 공정한 야구경기의 룰과 심판들의 정확한 경기 운영이 선수와 관중을 행복하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 황우택 특허심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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