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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정재욱>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뭘 망설이나
야구판 수준 떨어진다고?
기존 구단 반대 명분 없어
열기 뜨거운 올해가 적기
팬들 믿고 일단 창단하라


역대 최소인 65경기 만에 관중 1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올해 프로야구 열기는 특히 유난스럽다. 이런 추세라면 당초 700만 관중은 물론 800만도 어려울 것 없어 보인다. ‘꿈의 1000만 시대’도 이제 멀지 않은 듯하다.

이유는 많다. 우선 해외파의 무더기 복귀가 흥행에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다. 팽팽한 팀간 전력 역시 흥미를 더해주는 대목이다. 아직 초반이지만 올해 각 팀 전력이 ‘8강 8약’이라는 평가가 딱 맞다. 상대가 누구든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판이다.

이런 판에서 살아남으려면 선수와 감독은 죽기 살기로 할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관중은 더 재미있고 즐겁다. 그러나 정작 신이 나는 건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하는 선수들일 게다. 팬과 선수들이 어울려 한바탕 놀이마당을 펼치는 프로야구의 묘미가 더욱 새로운 올해다.

이런 신명 나는 야구판에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 8일 회의 결정을 두고 하는 말이다. KBO 이사회는 이날 여론의 등쌀에 밀려 9구단 NC 다이노스의 내년 1군 진입은 마지못해 승인했지만, 모두가 갈망하던 10구단 창단은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롯데가 가장 반대했지만 넥센과 새로 가입한 NC를 제외하고는 10구단 창단에 마뜩잖은 표정이었다고 한다. 알량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기업 이기주의가 참으로 답답하고 실망스럽다. 앞장서 창단을 주선하지는 못할망정 판은 깨지 말아야 했다.

더 화가 나는 것은 반대 이유가 객관성도, 합리성도, 야구 발전의 비전도 담지 않은 억지에 가깝다는 점이다. 대표적 근거로 내세우는 시기상조론이 그렇다. 선수 수급의 주 통로인 고교 야구부가 겨우 50개에 불과해 지금도 선수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데, 구단이 더 늘어나면 물리적으로 감당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선수의 자질이 떨어져 수준 높은 경기를 요구하는 팬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는 논리다.

물론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신생 구단이 생기고 선수들을 나누면 경기력이 떨어질 수 있다. 실제 7구단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와 8구단 쌍방울 레이더스(현 넥센) 출범 초기에는 프로야구의 전반적인 전력이 다소 약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시적 현상일 뿐이다. 이는 올림픽 금메달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준우승의 쾌거가 입증하고 있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더 반대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프로야구가 활성화되고 선수 수요가 늘어나면 학교 야구가 상대적으로 더 붐을 일으킬 것이다. 또 학교가 아니더라도 클럽 등을 통한 야구 지망생이 늘어나고, 미국과 일본 등에서 야구를 배우고 들어오는 젊은이들이 속출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판을 키워 놓으면 새로운 수급요인은 반드시 창출되게 마련이다.

그동안 프로야구를 키우느라 들인 돈과 시간을 생각하면 후발 구단의 출현은 무임승차나 다름없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한화만 해도 수십억원짜리 KBO 건물을 지어 헌납하고서야 들어올 수 있었다. 그러나 각 구단은 긴 안목으로 바라보고 발전지향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바른 자세다. 처음부터 큰 이익을 보자고 야구를 시작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30년 전 프로야구 출범 당시보다 지금 우리 경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그만큼 야구단을 늘릴 수는 없지만 10개 구단을 운영할 정도는 된다. 열기가 뜨거운 올해가 그 적기다. 고(故) 정주영 회장이 말하지 않았는가. “임자! 해보기나 했어”라고. 팬들을 믿고 일단 한번 시작해 보라. 한국 프로야구가 거듭 비약하는 확실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그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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