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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기 대신 쿠바경제를 두고 악전고투…‘체’의 지적 혁명기
체 게바라는 혁명과 낭만의 아이콘이다. 샤르트르는 그를 ‘가장 완벽한 인간’이라 칭했으며, 혹자는 그에게서 예수의 모습을 읽곤 한다. 하지만 신비의 아우라는 자칫 실체를 가리는 안개가 되기 쉽다.

이에 영국의 역사학자 헬렌 야페가 쓴 ‘체 게바라, 혁명의 경제학(류현 옮김/실천문학사)은 경제 관료 체 게바라를 살피고 있다.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그가 국립은행 총재, 산업부 장관 등을 지내며 구축한 독자적 시스템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게바라는 저발전 상태, 사회주의 이행기의 쿠바에서 자본주의적 지렛대에 의존하지 않고 생산 능력을 높이는 방법에 골몰했다. 하지만 소비에트 시스템은 대안이 될 수 없었다. 게바라의 생각에 소련은 ‘자유시장’의 효율성은 얻지 못한 채 이윤만 탐닉하는 혼합 체제에 불과했다. 산업화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경쟁, 이윤, 물질적 인센티브 등을 이용할 경우 결국 자본주의적 사회관계와 의식을 재생산하게 되리란 판단 때문이었다.

“우리는 빈곤과 싸우지만 소외와도 싸운다”는 발언에서처럼 그가 고안한 예산재정시스템은 물질적 인센티브 대신에 교육과 훈련을 통한 도덕적 인센티브를 강조하며 이윤이 아닌 인간을 중심에 두고 발전을 추구했다.

저자는 게바라가 실험한 시스템이 계획과 재정을 중앙에 집중하면서도 생산 현장 노동자들에게 자율과 참여를 보장하여, 사회주의 의식 함양과 생산력 발전을 동시에 꾀함으로써 쿠바 경제의 초석을 닦을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물론 계량적 수치로 볼 때 오늘날 쿠바의 경제를 마냥 성공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저자는 이데올로기적 편견에서 벗어나 종속과 봉쇄를 뚫고 성장한 쿠바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를 권한다. 이 책의 감수를 맡은 김수행 교수의 표현대로 무기 대신 경제를 두고 그야말로 ‘악전고투’하는 게바라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김기훈 기자/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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