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 기자의 아트 앤 아트>

한때 영국 런던에서는 ‘언젠가부턴가 죽은 동물이 자꾸 사라지고 있다’는 루머가 떠돌았다. 작가 데미안 허스트(Demian Hirstㆍ47) 때문이었다. 허스트가 죽은 소, 양, 얼룩말로 작품을 만들면서 이 같은 소문이 퍼졌다. 물론 그는 죽은 동물을 몰래 훔쳐 작업하진 않았지만 동물의 배를 갈라 포르말린에 담그거나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잘린 소머리로 작품을 만들어 큰 파란을 일으켰다.

‘현대미술계 악동’ ‘악마의 아들’로 불리는 영국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대규모 회고전이 템스 강변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서 지난 4일 개막됐다. 영국 정부가 2012 런던올림픽(7월 27일~8월 12일) 기념으로 오는 9월 9일까지 장장 다섯달간 개최하는 이번 전시에는 말로만 전해지던 ‘상어’를 비롯해 대표작 70여점이 망라됐다.

테이트 모던은 지난해 480만명의 관람객이 찾은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관이다. 올해는 데미안 허스트 전시로 인해 6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허스트라는 ‘유명 브랜드’의 기념비적인 대작이 한꺼번에 모여 초반부터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것. 특히 실물을 쉽게 접하기 힘든 상어작품(원제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은 ‘루브르의 모나리자’처럼 관람객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번 테이트 모던 전시에는 상어뿐 아니라 죽은 소머리를 유리상자에 넣어 구데기가 생기고, 파리가 꼬였다가 전기충격기에 죽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끔찍한 설치작업 ‘1000년’ 등 유명 작품이 모두 나왔다. 또 수만개의 나비로 만든 화려무쌍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과 사람의 인체장기를 극대화한 대형 조각(Hymm) 등도 포함돼 삶과 죽음, 종교와 욕망, 사랑을 다룬 그의 작품이 총출동했다.

오는 9월 9일까지 계속될 허스트의 올림픽 특별전은 오일부국(富國) 카타르가 후원하고 있다. 카타르는 런던 전시 후 작품들을 카타르뮤지엄으로 옮겨가 전시할 예정이다. 한편 한국에선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을 천안 아라리오갤러리가 이번 테이트 모던 전시에 나온 인체해부도를 연상케 하는 6.5m 높이의 대작 ’Hymm’(2002년 구입 당시 23억원, 현재 약 120억~150억원)과 소녀조각 ‘자비’ 등을 보유하고 있다. 또 삼성미술관 리움도 약장 및 상어 설치작업을 소장 중이다.

이렇듯 세계적 화제인 허스트의 올림픽 기념전에 대해 평단과 언론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런던 코터드대학의 줄리안 스탈라브라스 교수는 “데미안 허스트는 예술 또한 자본화되고 있는 현대에 나올 만한 매우 똑똑하고 획기적인 작품”이라고 평했다. 더 텔레그라프 지의 리처드 도먼트는 “허스트의 작업은 삶과 죽음을 관통하며 대단히 혁신적이었지만, 자기복제가 이뤄지며 초점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또 올림픽 기간에 테이트 모던이 별반 새로울 게 없는 재탕잔치를 벌여야 하느냐는 비판도 있다.

줄리안 스팔딩이란 비평가는 한술 더 떴다. ‘Con Art(현대미술), 왜 당신은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을 팔 수 있는데 안 파는가’라는 책을 펴낸 그는 허스트의 작품이 ‘고위험, 고수익의 정크본드’라고 일갈했다. 또 그의 작업에선 ‘고약한 냄새가 난다’ ‘예술가라기보다는 재주 없는 사기꾼’이라고도 강변했다. 작품으로서 진정성이 없으며 경제적으로도 가치가 없다는 것.

이 같은 비판에 대해 허스트는 “예술은 세계적으로 가장 위대한 통화(화폐)다”(Art is world‘s greatest currency)며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다. 한편 한국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이 오는 25일부터 데미안 허스트의 스폿 페인팅(點畵)을 모아 서울에서 전시를 연다. ［사진제공=테이트 모던 미술관］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