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詩도 K-팝처럼 부르며 즐겨라”
소래섭 교수 독특한 시 감상 길라잡이 ‘시는 노래처럼’ 출간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K-팝(Pop)을 알면 시(詩)가 보인다.’ 노라조, 브라운아이드걸스, 아이유의 노래를 통해 시 세계로 인도하는

‘시는 노래처럼’(프로네시스)은 좀 독특한 시 감상 길라잡이다. 소래섭 울산대 국문과 교수가 펴낸

이 책은 승승장구하는 K-팝 시대에 쪼그라들고 멀어져 가는 시를 불러들여 시의 얼굴을 새롭게 보여준다.

노래와 시는 본래 하나였다. 저자는 “입이 아니라 눈으로만 시를 읽게 된 것은 채 100년이 안 된다”며 “시가 노래와 갈라서면서 점차 시는 사람들로부터 멀어졌다”고 안타까워한다. 음악적인 데서 벗어난 시는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며 따라가기 어려운 길로 들어섰다는 것. 

저자의 시 감상법은 K-팝과 시를 나란히 놓고 의미망을 펼쳐가는 식이다. 노라조의 ‘카레’와 고은의 ‘그 꽃’, 오세영 시인의 ‘열매’가 한데 꼬치처럼 꿰어 다채로운 색깔로 다가온다.

“노랗고 매콤하고 향기롭지는 않지만 타지마할”( ‘카레’)

“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보지 못한/그 꽃”( ‘그 꽃’)

일상 속에서 무심하게 지나쳤던 것들을 경쾌한 리듬에 담아내며 익숙한 것을 환기시킨 ‘카레’, 대상을 의미 있는 존재로 인식하게 된 순간을 담아낸 ‘그 꽃’은 낯익은 대상들을 낯설게 느끼게 만드는 예술의 특성이란 측면에서 다르지 않다는 게 저자의 해석이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와 조용미 시인의 ‘적거’는 먹먹하고 쓰린 심정을 대상을 통해 담아낸다. 이소라는 그런 상태를 “바람이 분다”고 노래하고, 시인은 “벽지에 탱자나무 흰 꽃이 사방연속무늬로 피어났다”고 쓴다.

‘국민여동생’ 가수 아이유(IYou)의 이름에서 대상ㆍ사물과의 일체감을 설명해나간 점도 흥미롭다. 김경미의 ‘야채사(野菜史)’는 바로 그런 볼 수 없는 것, 말 못하는 사물과의 대화다.

“고구마 가지 같은 야채들도 애초에는/꽃이었다 한다/잎이나 줄기가 유독 인간의 입에 달디단 바람에/꽃에서 야채가 되었다 한다/달지 않았으면 오늘날 호박이며 양파들도/장미꽃처럼 꽃가게를 채우고 세레나데가 되고/검은 영정 앞 국화꽃 대신 감자꽃 수북했겠다.”

시(詩)와 노래가 하나였다는 사실을 상기시킨‘ 시는 노래처럼’을 통해 저자 소래섭 울산대 국문과 교수는 “굳이 깊이 공부하지 않아도 노래를 즐길 수 있는 것처럼 몇 가지 개념만 이해하면 시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가수 10㎝의 ‘아메리카노’를 통해 이미지와 주제, 상상력의 세계를 펼쳐내고, 가수가 다른 가수의 노래를 부르는 형식인 ‘나는 가수다’를 통해 시인과 화자를 설명해내는 등 노래와 시의 경계를 거침없이 넘나든다.

욕설과 예술의 경계, 다양한 해석의 함정,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 등 딱딱할법한 시론이 K-팝에 실려 가볍고 재미있다. 시의 운율 등 형식, 상징과 반어 등에 이르면 시의 본령으로 넘어가게 된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시를 노래처럼 감상하는 방법으로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소리 내어 읽기, 반복되는 부분 찾기, 감정이입을 일으키는 화자의 입장 되기, 인상적인 부분 찾기, 한 편의 시가 좋은 특별한 이유 찾기 등이다.

모두 58편의 시를 따라 읽다 보면 막혔던 시의 길이 보이는 듯도 하다.

소 교수는 “책을 쓰면서 걸그룹의 노래에도 귀가 트였다”며 “언제부턴가 너무 젊은 사람들의 노래는 잘 듣지 않게 됐는데, 편견을 버리니 그 노래들도 맛이 있었다. 음식이든, 시든, 노래든 애정 어린 눈길을 보내면 제각기 맛이 우러난다”고 했다.

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