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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와 쇠못으로 작업하는 이재효,자연을 탐(探)하다
<이영란 기자의 아트 앤 아트>


나무를 다루는 작가 이재효(47)는 학창시절을 제외하곤 줄곧 시골에서 살았다. 홍익대를 졸업한 뒤로도 시골로 내려가, 요즘은 내비게이션에도 잘 잡히지않는 산골에서 작업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은 자연과 많이 닮아 있다. 작가 스스로도 ‘작업의 반(半)은 자연의 솜씨’라고 되뇐다. 그가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지난 20년을 결산하는 작품전을 마련했다. 


얕트막한 뒷동산을 품고 있는 서울 신문로의 성곡미술관(관장 박문순)은 요즘 미술관 내부도 온통 자연의 내음을 품고 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여러가닥의 줄에 묶어 숲길처럼 만든 미술관 복도를 지나면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발처럼 묶어내린 작업이 눈에 들어온다. 키를 달리해 비스듬히 잘라낸 나무 속살에 물결마냥 홈을 판 작품도 자연의 숨결을 살며시 전해준다. 



나무와 못으로 작업하는 작가 이재효(47)가 그의 20년 작업세계를 조명하는 ‘자연을 탐(探)하다’전을 성곡미술관 전관에서 꾸몄다. 오는 5월 27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성곡미술관의 중견ㆍ중진작가 시리즈의 일환으로, 작가는 지난 1991년부터 작업한 드로잉, 조각 소품, 설치작업 등 300여점을 출품했다.

이재효는 거대한 나무조각으로 입지를 다진 조각가다. 산골마을 제재소에서 버린 나무둥치와 집근처서 주운 밤나무, 잣나무, 낙엽송 가지를 집적해 지구본처럼 둥글게 깎아 만든 그의 나무작품에선 따스한 자연의 입김이 흐른다. 기묘한 나무의 선과 밝고 어두운 색상이 어우러진 조각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절로 맑아진다.

나무를 켜켜이 이어붙인 다음 둥글게 잘라 뽀얗게 드러난 단면을 잘 다듬은 후, 열흘쯤 열기에 쪄내 미감을 더한 그의 작품은 국내외에서 인기가 좋다. 버려진 나무를 고도의 집적을 통해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주위 평도 호의적이다. 작업을 처음 발표한 뒤 5년간은 한점도 못 팔았지만 이후 시장반응이 폭발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여러차례 전시를 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판매를 목적으로하는 갤러리전시를 모두 접었다. 

“너무 상업적으로 흐르는 것같아 한 템포 쉬어가려고요. 때마침 미술관에서 전시제시가 와 곧바로 응했죠. 대학 4학년 때부터 최근까지 저의 걸어온 과정을 총체적으로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미발표작이 많답니다".

작가의 말대로 이번 전시는 이재효의 또다른 면모를 만날 수 있다. 상업화랑에선 보기 힘들었던 작업이 여럿 나왔다.

우선 신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묵직한 돌들을 가느다란 철사줄에 대롱대롱 매단 설치작업은 매우 드라마틱하다. “무거운 돌에 반전을 주고 싶었다”는 작가는 늘 바닥에만 놓여있던 돌을 공중에 가뿐히 떠있도록 했다. 그 발상이 신선하다.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촘촘히 이어 둥근 달처럼 만든 작업도 있다. 쇠못을 구부려 이를 편편하게 집적한 금속작업 역시 원형이다.

작품들이 대부분이 원형 또는 구(球)인 것에 대해 작가는 “자연스럽게 얻은 형태이지만 누구나 공감하도록 내 생각을 빼고나면 마지막으로 남는 게 구(球)의 형태인 듯하다”고 했다.



이재효는 땅에 떨어져 아무도 눈길을 주지않는 자연물과 고물, 쓰임이 다한 일상의 물건에도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 마치 놀이하듯 간단한 도구로 연금술을 펼치는 그의 솜씨와 해학은 보는 이의 입가에 미소를 감돌게 한다. 조각소품과드로잉은 본관 2층에 전시됐다.

낡은 면장갑으로 만든 사슴, 양 끝을 깎은 색연필 벽장식, 두꺼운 성경책을 이용한 종이조각, 녹슨 부탄가스통으로 만든 강아지 등 사소한 물건들을 묶고 파내 유머러스한 조각을 만든 그의 미감은 ‘거대한 조각’으로 각인된 이재효의 또다른 면모여서 더욱 정감이 간다. 입장료 5000원.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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