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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프로 승부조작 덮기만 해선 안된다
프로스포츠 승부조작 사건이 확산 일로다. 축구 배구에 이어 절정의 인기를 누리는 프로야구까지 번지고 있다. 배구 승부조작을 수사 중인 검찰은 프로야구에서도 브로커들이 일부 구단의 선발 투수들을 끌어들였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해당 선수와 구단은 펄쩍 뛰지만 연루된 선수가 10여명에 이르고, 구체적 조작 수법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단순한 의혹 수준은 아닌 듯하다. 프로농구 역시 승부조작이 있었다는 관련자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 성원 속에 세계 수준으로 올라선 한국 스포츠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안타깝고 참담하다. 이러다 국내 스포츠 근간이 와해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프로스포츠는 최고의 경기력과 최선의 승부로 기쁨과 감동을 전하는 것이 존재의 이유다. 그 대가로 선수들은 부와 인기를 향유한다. 물론 그 전제는 정당하고 공정한 승부다. 이게 무너지면 팬들은 떠나고 프로스포츠의 존립 근거는 사라진다. 지금 국내 프로스포츠가 그 상황에 와 있다.

그러나 정작 해당 종목 협회와 관계자들은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관련 선수를 징계하고 대국민 사과와 자정 결의문 한 장 읽고는 서둘러 봉합할 생각 아닌가. 오직 진행 중인 리그가 파행될까 걱정하며 전전긍긍하는 모습뿐이다. 지난해 축구와 최근 배구가 그랬다. 그런 안일한 자세로는 치명적 환부를 도려내지 못한다. 당장 리그를 중단하고, 내부 정비와 재발방지 대책에 매달려야 팬들이 돌아온다. 실제 대만에서도 15년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이 벌어졌다. 그러나 구단과 협회는 거짓과 은폐로 위기를 모면하려다 팬들의 외면으로 관중이 5분의 1로 격감하며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안이한 대처가 가져온 결과로 모든 프로스포츠 관계자들이 깊이 새겨야 할 교훈이다.

늦었지만 정부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단속과 관련자 처벌 강화 방안 등 승부조작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가담 선수와 도박 범죄 집단의 엄벌은 당연하나 법과 제도만으로 승부조작을 뿌리 뽑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선수 개개인이 건전한 스포츠 정신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스포츠 운영 방식의 대대적 혁신이 필요하다. 운동 기술과 승부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건전한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학과 수업과 인성 쌓기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이게 안 되면 학생선수들은 프로의 세계에 진출했을 때 검은 돈의 유혹에 걸려들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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