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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박 시장의 市政, 시민운동 틀 벗어나야
박원순 시장의 시정은 미래지향적이기보다 과거와의 단절과 차별화에 방점이 결집되는 인상이다. 정치적으로 반대편이었다고 해서 이명박-오세훈 시절을 ‘낡은 시대’로, ‘잘못된 시정 10년’으로 재단할 때부터 예상되긴 했으나 그 도가 지나치다. 박 시장은 엊그제 용산 참사로 구속된 8명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했다. 이들이 범법자이기 전에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 생계 터전을 잃고 절망했던 사회적 약자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6명의 희생자에 포함된 경찰과 그 유가족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불균형을 드러냈다.

수도 서울의 시장은 시민운동가가 아니다. 구속자들의 석방을 끈질기게 요구한 진보ㆍ좌파진영에 서서 그들의 대리인을 자처해선 안 된다. ‘사회적 약자가 불법행위 면죄부일 수 없다’는 1~3심의 일관된 법적 판단을 측은지심으로 즉석포장, 갈아엎겠다는 발상부터 시정의 영역을 벗어났다. 이들 8명 중 3명은 외부세력이다. 서울 남산에 있는 옛 중앙정보부 일부 건물을 시민단체에 거의 무상 임대키로 한 것도 이상하다. 시민단체의 본질은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인데 보은과 수혜의 관계를 서로 인정함으로써 정치적 논란을 자초했다. 그 건물은 시민의 몫이 돼야 한다.

뉴타운 출구전략 역시 졸속에 가깝다. 물론 진척이 잘되는 곳과 주민이 반대하는 곳을 가려 정리하겠다는 것은 큰 틀에선 맞다. 그러나 매몰비용을 정부에 떠넘겼고 정부 반응은 냉랭하다. 첨예한 이해관계에 대한 해법도 제시하지 못했다. 재개발 문제 역시 풍파가 커지고 있다. 재개발ㆍ재건축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공언에 해당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것은 당연하다. 차제에 도시 개발이나 정비 등 중차대한 사업은 지자체가 아닌 국토관리 차원에서 10년 이상 중장기계획으로 정부가 맡는 것이 옳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뒤집고 풀고 묵고 하다 보니 개발보다 누더기가 되고 혈세낭비만 키운다.

박 시장이 어제 일본 출장길에 공항 VIP룸을 쓰지 않고 줄 서서 출국심사까지 받았다고 한다. 고위인사로는 파격 행보로 긍정 평가할 만하나 서울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이라면 주어진 권한과 책무에 충실하는 것으로 품격 유지도 중요하다. 상충되는 사안을 두고 숙고 끝에 균형을 찾아내고 때로는 대의를 위해 냉정을 견지해야 한다. 가벼운 소박함보다 무게 있는 진중함이 시정에는 더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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