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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경제민주화 바람 무색케 한 한화 소동
한화그룹의 지주사 격인 (주)한화가 오너의 거액 회삿돈 횡령으로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다가 모면, 재벌 특혜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2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김승연 회장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배임 혐의로 김 회장에게 징역 9년,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다. 배임 금액은 899억원으로 자기자본(2조3183억원)의 3.9%에 달했는데 이 비율이 2.5%를 넘으면 상장 폐지 심사를 받게 된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3일 한화가 상장 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올라 6일부터 한화의 주식 매매거래를 중지한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거래소는 휴일인 5일 이례적인 긴급회의 끝에 한화가 상장 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6일부터 정상적인 주식 거래를 가능케 했다. 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특혜 시비를 면키 어렵다. 통상 상장 폐지 실질심사 대상인지 여부만 결정하는 데도 2주 이상 걸리는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 폐지 심사 대상에 올랐다가 거래중지 없이 심사에서 제외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만하다. 실제로 코스닥시장에서는 지난해 횡령·배임 사건을 겪은 13개 기업이 상장 폐지됐다. 또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횡령·배임 발생이나 사실확인 공시를 한 기업 10곳 중 상장 폐지된 기업은 한 곳도 없지만 이들 업체는 모두 매매정지 기간을 거쳤다. 한화는 작년 1월 김 회장 등 관계자들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며 검찰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한 사실을 1년이나 뒤늦은 지난 3일 오후 6시46분에 공시하기도 했다.

이래서는 시장 안정은커녕 투자자 보호가 될 리 없다. 일단 정해진 기준과 원칙은 지켜야 한다. 오너의 독단적 경영으로 기업 활동에 위험요인을 안겨주는 ‘오너 리스크’를 막지 않는 한 시장이 오너와 기업 자체를 불신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주주는 물론 재벌에 딸린 중소협력업체와 국가경제 전체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한국경제에 이바지한 재벌의 공(功)이 크지만 오너 리스크에 따른 과(過)도 적잖아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의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1% 대 99% 월가 점령 시위’에서 보듯 자본권력이 특혜 대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재벌은 스스로 국민 지탄을 받는 기업경영에서 벗어나는 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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