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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극화 해소·중산층 복원…한국형 ‘경제민주화’최대이슈로
‘1% 비판’물결 지구촌 확산
한국정치 변신은 국민의 명령

소모적 포퓰리즘 논쟁 탈피
공감의 장기플랜 만들어내야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고장난 자본주의’ 앞에서 한국정치는 용도폐기의 위기에 직면했다. 생존을 위한 처절한 변신은 선택이 아니라 강요된 국민적 명령이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저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서 지적했듯, 탈냉전과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문제는 한결같이 새로운 시야와 언어를 요구하는 데 반해 한국 정당 체제의 틀과 언어는 그동안 구시대의 이념적인 틀에 얽매여 냉소와 무관심의 대상이 됐다.

보수와 진보ㆍ우파와 좌파 등 낡은 이념논쟁, 폭력과 일방통행, 당파이기주의, 공천권자의 거수기는 한국정치를 대변하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다. 정치권이 제 역할을 포기하고 있던 사이 양극화는 치유불능 상태가 됐고, 중산층은 몰락했고, 경쟁은 불공정했고, 청년실업은 민란수준까지 증폭됐다.

지난해 한국사회에 불어닥친 ‘안풍(安風ㆍ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후진 정치시스템에 대한 불만의 폭발이었고, 최후 통첩이었다. 2012년 국민은 제도→절차→참여 민주주의를 넘어 혁명적인 개혁을 통한 ‘민주주의 4.0’을 정치권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4.0의 핵심은 ‘국민 공감’이다. 양극화에 따른 사회 갈등과 분열 해소는 정치의 최대 현안이다. 정치권은 앞다퉈 헌법에 명시된 ‘경제민주화’를 각 당의 정강ㆍ정책에 신설하고,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를 제도와 절차ㆍ참여 등 정치 행위 중심으로 인식, 발전되어온 민주주의 개념에도 ‘경제민주주의’라는 제4의 패러다임이 물꼬를 트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나라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경제민주화 개념을 담은 공정한 시장경제를 강령 3조에 반영했고, 민주통합당도 조만간 경제민주화 조항을 강령 맨 앞자리에 명문화할 예정이다. 2008년 촉발된 금융위기 이후 경제적 양극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신자유주주의 산실인 영미 서구권을 포함한 지구촌 전역으로 확산된 가운데 국내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자와 서민 간 부의 편중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경제민주화가 시대의 새로운 요구로 부상한 것이다.

김광두 서강대 교수는 “시장경제체제가 잘 돌아가는 줄 알았는데, 금융위기 이후 성장해도 고용이 안되고, 중산층이 약화되고, 양극화 문제가 생기는 등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게 됐다”면서 “정치권에서도 자연스럽게 각종 부작용을 해소해야 한다는 공감대, 기존 자본주의 시스템을 수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겼다”고 말했다.

최근 야권의 대선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제 87년 체제 극복을 위해서는 경제민주화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복지 확대, 작지만 강한 정부는 돌이킬 수 없는 시대상황이 된 듯하다. 여야 정치권은 오는 3월을 목표로 재벌 개혁에 이어 노동과 복지 등 사회 각 분야의 경제 민주주의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치권의 이 같은 패러다임 전환 모색이 총선을 앞두고 자칫 설익은 공약으로 남발될 경우 선거 도구화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년 만에 동시에 열리는 총선ㆍ대선 동시 선거의 기회를 통해 정치권이 환골탈태하지 못한다면 공멸할 것이라는 우려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최근 여야가 한목소리로 재벌 개혁을 강조하고 나선 것과 관련해 “선거가 가까워오면 표를 의식한 정치권은 표를 받기 위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더라도 정당은 고유한 컬러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서로 흉내내기에 급급하다”고 말했다.

보여주기식 정책 대결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경제민주주의에 걸맞은 그랜드 플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경제민주화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가장 큰 문제임을 자각한 뒤 나온 구호”라면서도 “재벌 한두 개 사업을 철수하고 세금을 매기는 보여주기 식의 정책은 정치구호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호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공정한 시장을 만들기 위한 방식이 고안돼야 한다.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공정시장의 개념으로 전제하면 딱히 경제 효율성과 상충되지 않는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김병권 부원장도 “이제는 여야가 소모적인 포퓰리즘 논쟁을 벗어나서 제대로 콘텐츠를 가릴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동안 출총제나 재벌세 정도가 거론됐는데, 정치권도 사실 상대하기 쉽지 않은 재벌을 상대로 어떻게 개혁을 어떻게 할건지 구체적인 내용 논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양춘병ㆍ조민선 기자> / 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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