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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봉투·계파갈등…스마트해진 국민들 ‘정치 로그아웃’
[연중기획 With me]
“정치인들 그놈이 그놈”불신
비정치인에게 대안 기대

제왕적 중앙당시스템 문제 등
구태정치 버리고 환골탈태를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이제 거의 갓 태어난 동물의 각인에 가깝다. 고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 심리학자가 진단한 대한민국 정치불신의 현실이다. 국민은 정치권의 쇄신노력에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아놓고 좀처럼 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정치권을 강타한 안철수 신드롬은 여의도 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이 비(非)정치인에게서 대안을 찾은 일대 사건이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척박한 토양에도 불구하고 경제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둔 ‘스마트’한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치는 여전히 아날로그 수준에 머물고 있고, ‘화성인’처럼 국민과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놈이 그놈=지난해 안철수 돌풍 이후 변신을 모색하던 정치권은 해가 바뀌어도 돈봉투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돈봉투를 돌렸으면, 야당도 당연히 돈봉투가 돌아갔을 것이라는 게 국민의 인식이다.

유권자에게 정치인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현장을 돌아본 국회의원은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뼈에 사무치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신뢰 회복과 변신을 위해 정치권도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기는 하다. 여당은 쇄신파의 노력으로 당 지도부를 해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국민이 원하는 바를 듣기 위해 노력 중이다.

민주통합당도 금품선거를 원천봉쇄하겠다면서 당내 경선에서 모바일 투표를 도입, 유권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정치의 문제점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당ㆍ청 관계의 수직화, 제왕적 중앙당 구조의 문제, 금권이 개입한 하향식 공천, 해묵은 보수ㆍ진보 이념논쟁 등은 정치권의 불신을 더욱 깊게 만드는 시스템적 요인으로 꼽힌다.

한나라당에서는 아예 낡은 중앙당 지도부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파격적인 제안이 검토되고 있다. 지도부가 모든 권력을 쥐고 국회의원은 물론 지역 조직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조직이 동원되고, 음성적인 돈거래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자성이다. 중앙당이 폐지되면 미국처럼 상향식 정당제도가 도입된다. 



▶그렇다면 대안은?=정치ㆍ정당 개혁과 관련한 개별적인 문제점은 백가쟁명처럼 불거지고 있지만, 딱부러진 대안이 없는 것 역시 또 다른 정치권의 고민이다.

정치 개혁의 구호는 그때 뿐, 여의도 정치시스템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치학자는 이런 근본적인 원인을 대통령 중심의 권력집중으로 분석한다.

청와대와 집권 여당의 수직적 상하관계, 공천과 미래권력에 대한 영향력이 정치발전을 저해하는 핵심적인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여의도 정치를 버리고 새로운 정치를 모색하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 불출마를 선언한 여권의 한 초선의원은 “기존의 여의도 정치가 아닌 새로운 정치를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밖에서 충분히 고민하고 이를 실천하는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청춘콘서트’ 같은 형식도 여의도 밖의 정치로 간주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해답은 되기 어렵다. 정당을 떠난 정치는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돌고 돌아 결국 현실정치가 근본적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정치인이 변해야 하고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당 개혁 등 여러 대안이 언급되고 있지만 결국 사람의 문제”라며 “반세기 가까운 동안 1인이 주도하는 정당정치에 익숙해 있는 정치권이 여러 다양한 정치인의 참여를 통해 국민이 원하는 바를 체감할 때야 변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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