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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이비통, 중국 말고 또 일본작가(‘쿠사마’)택했다

  • 기사입력 2012-01-3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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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기자의 아트&아트 >

세계 미술계에선 럭셔리 패션브랜드 ‘루이비통’(Louis Vuitton)이 다음번 ‘협업(協業) 작가’로 과연 어떤 나라의, 어떤 작가를 선택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명품제국’으로 불리는 LVMH의 대표브랜드 루이비통에 발탁될 경우 그 작가가 단박에 스타덤에 올라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게 됨은 물론, 작품값도 보란 듯 뛰기 때문이다.

이에 여러 작가의 이름이 오르내린 끝에 일본의 전위예술가 쿠사마 야요이(83 Yayoi Kusama)가 최종 낙점됐다. 특히 세계 최대의 명품시장으로 급부상 중인 중국을 의식해 "중국 아티스트가 루이비통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팽배했었다. 그러나 이같은 설왕설래에 찬물을 끼얹고, 또다시 일본 작가가 루이비통의 낙점을 받았다. 루이비통은 최근 "쿠사마 야요이의 런던과 뉴욕에서의 회고전을 후원하고, 그와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0여년간 루이비통은 스테판 스프라우즈, 무라카미 다카시, 리차드 프린스 등 유명작가와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펼쳐왔다. 특히 무라카미 다카시와의 협업은 ‘루이비통의 150년 역사를 새로 쓰게 했을’ 정도로 엄청난 효과를 불러왔다.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고, 무라카미 다카시 또한 루이비통과의 협업 이후 세계 미술계를 주름잡는 월드 스타로 확실히 자리매김한바 있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한없이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루이비통의 고동색 모노그램에, 흰색 노랑 빨강 등의 원색과 자신의 만화 캐릭터를 거침없이 대입시키며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고동색 모노그램이 흰색 모노그램이 되어, 그 위에 빨강 노랑 초록의 패턴이 끝없이, 그리고 상큼발랄하게 변주될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말이다. 그러나 이후 발탁된 미국의 실력파 작가 리차드 프린스와의 아트 콜라보레이션 작업은 기대한만큼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급기야 근래에는 무라카미 다카시가 ’한정판 아이템 디자인’등의 명목으로 또다시 투입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절치부심한 루이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크 제이콥스(49. 패션 디자이너)는 오래 전부터 흠모해온 쿠사마 야요이(草間彌生)를 ‘LV의 새로운 아티스트’로 지목했다. 이미 지난 2006년, 쿠사마의 일본 작업실을 방문했던 제이콥스는 무라카미 다카시가 쌓아올렸던 화려한 금자탑을 쿠사마가 다시금 쌓아올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쿠사마 야요이의 친근하면서도 사랑스런 작업은 루이비통에 새로운 전기를 만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무한 증식하는 땡땡이들과 호박, 그리고 형형색색의 그물망 패턴과 이미지들은 패션아이템에 적용하기에 더없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루이비통은 오는 7월 쿠사마가 작업한 새 디자인을 내놓을 예정이다. 쿠사마는(마크 제이콥스의 총괄 아래) 루이비통의 핸드백과 각종 액세서리(의상, 구두, 시계, 스카프 등) 디자인은 물론, 윈도우 디스플레이에도 참여하게 된다.

쿠사마 야요이는 끝없이 증식 반복되는 물방울 무늬(polka-dots) 회화, 일명 ‘땡땡이 그림’으로 유명한 작가다. 요즘들어 ‘땡땡이 그림’은 세계 미술계의 화두로 부상했다. 영국 출신의 악동(惡童) 데미안 허스트(47)는 땡땡이 그림(spot painting)만 모아 세계 8개 도시,11개 갤러리(가고시안 화랑)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막했을 정도다. 데미안 허스트의 세련된 땡땡이 그림은 일단 주택이나 사무실에 걸면 공간이 몹씨 화사해져,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가격도 만만찮다.


쿠사마는 잘 알려졌듯 일평생 정신질환(편집적 강박증)을 앓아왔다. 그런데 그 끔찍한 질병을 작업으로 연결시켜, 물방울 무늬와 그물망 패턴을 연속적으로 그려가며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작업이 그에겐 곧 생존을 위한 치료제였던 셈이다. 즐거움과 유쾌함으로 가득찬 그의 위트 넘치는 예술은 보는 이에게 시각적 충만함을 선사한다. 어렵지 않고 발랄하며, 때로는 시니컬하나 완결성을 지닌 작업은 모두 스스로의 내면과 연결되면서 일관된 맥을 견지한다. ‘나르시스 정원’(1966), ‘사랑은 영원히’(1994), ‘점에 대한 강박-무한한 거울 방’(2008) 등 그의 작업은 결국 모두 자전적인 것들이다. 100m 전방에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쇼킹한 빨간 색 가발과, 빨간색 땡땡이 의상을 즐겨 입는 팔순의 이 예술가는 요즘도 온갖 작업(코카콜라의 자동판매기 디자인은 물론, 일본 고향마을(마쓰모토市)의 시내버스 외관까지 디자인했다)을 전개 중이다.

쿠사마가 월드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젊은 시절 미국 뉴욕에서 펼쳤던 도발적이면서도 혁신적인 작업 때문이다. 1957년 뉴욕으로 건너가 1972년까지 머물렀던 쿠사마는 대형회화와 함께 누드퍼포먼스, 해프닝, 환경작업을 종횡무진 펼쳤다. 땡땡이 무늬에 심취해있던 그는 도심 한복판에서 나체의 여성모델에게 물감을 뿌리며 ‘땡땡이 퍼포먼스’를 감행했고, 그 자신 땡땡이 옷을 입고 ‘땡땡이를 그려넣은 말(馬)’과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쿠사마는 1966년 제 33회 베니스비엔날레에 무허가(?)로 잠입해, 야구공만한 미러볼 1500개를 비엔날레가 열리는 공원 한 구석에 주르르 늘어놓고 ‘나르시스 정원’이라 명명했다. 일종의 설치작업이었던 셈. 그리곤 미러볼을 2달러씩에 판매하다가 비엔날레 조직위로부터 내쫓겼다. 그러나 그 다음 비엔날레엔 비엔날레 커미셔너로부터 정식으로 초대받아 참여했고, 약 30년 후인 1993년에는 베니스비엔날레에 일본관(국가관)이 건립되자 당당히 ‘1번 타자’로 일본관을 처음으로 장식했다. 그가 젊은 시절 시도했던 ‘무단참여’ 퍼포먼스는 이후 유행병처럼 전세계로 퍼져, 많은 아티스트들로 하여금 전투적(?) 해프닝을 펼치게 하고 있다.

미술 외에도 패션 문학 영화 등 전장르를 넘나들며 일본을 대표하는 ‘아방가르드 여전사’로 이름을 떨치던 쿠사마는 조지아 오키프, 도널드 저드, 프랑크 스텔라 등 미국의 기라성 같은 작가들과 교류하며 반전, 성(性)해방, 인권 등의 이슈를 예술 속에 녹여냈다. 또 소설도 썼고, 잡지도 펴냈다. 심지어 패션회사도 만들었다.


그러나 정신질환이 재발돼 1973년 귀국해, 아예 도쿄의 정신병원 앞에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오늘날까지 치료와 창작을 병행하고 있다. 쿠사마의 작업은 ▷땡땡이 무늬 ▷거울과 풍선 ▷호박 등의 아이콘으로 대별된다. 이들 요소는 끝없이 강박적으로 증식하는 것이 공통점으로, 무한으로 치닫다가 결국은 ‘자기망각(self-obliteration)’의 상태에 도달하곤 한다.

쿠사마는 팝아트, 미니멀리즘, 전위예술 같은 한정된 사조에 편입되길 거부한다. 심각한 주제를 다루는 혁신적 아티스트로 전세계 비엔날레와 미술관 전시에 무수히 참여했지만, 한편으로 그의 회화와 조각은 미술시장에서 인기리에 유통될 정도로 대중성도 지니고 있는 것.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고, 작품도 귀신같이 잘 파는 가고시안갤러리가 그를 전속작가로 두고 있는 것에서도 이는 입증된다. 쿠사마의 웹사이트를 방문해보면 그가 디자인한 아트상품(열쇠고리 엽서 마우스패드 쿠키 찻잔 뱃지 등등)이 100여종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그만큼 쿠사마의 작업은 무한증식하는 작업의 특성답게, 현대의 라이프스타일에도 무한으로 증식될 소지가 많은 셈이다.

일평생 자신을 옭아매는 정신질환에 시달리면서도 거꾸로 공간을 삼켜버릴 듯한 압도적인 표현으로 다양한 설치작업을 구현했으며, 동시에 밝고 매혹적인 회화와 조각들을 끝없이 선보여온 쿠사마 야요이가 과연 명품업체를 위해선 어떤 ‘물건’을 내놓을지 자못 궁금하다.

<이영란 선임기자>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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