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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우리 산업의 저력(底力)을 믿기에
무리한 개방 되레 산업쇠퇴

종사자들 의지·노력 절실

정부 정책적 배려도 필요

글로벌 경쟁 영토확장 기대

한ㆍ미 FTA에 이어 한ㆍ중 FTA가 이슈화되면서 많은 연구소들이 FTA가 산업별로 미칠 효과를 예측하느라 분주하다. 어떠한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려운데, 여기에는 한 가지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FTA가 산업별로 미칠 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의 자료에 기초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실제로 FTA가 시행되면 각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행태 자체가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다는 데 있다. 따라서 과거의 행태에 기초한 예측은 한계를 지니게 된다.

1988년 한ㆍ미 통상협상 결과 할리우드 영화의 한국 내 직배가 가능하게 되었을 때 국내 영화산업 종사자들의 반발이 매우 심했다. 당시 국내 영화산업의 수준은 할리우드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낮아 개방은 곧 한국 영화산업의 몰락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의식 자체가 국내 영화산업을 변화시키는 촉매 역할을 하였다. 국내 영화산업은 해외 영화들과 경쟁하기 위해 배전의 노력을 하였고, 그 결과 1990년대 초반 15% 수준까지 떨어졌던 한국영화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이후 지속적으로 높아져 2000년대 들어서는 50%를 넘어섰다. 이 과정에서 스크린쿼터(Screen Quota)와 같은 보호장치, 검열제 폐지 등 규제 완화, 각종 지원제도의 확대 등 정책적 배려도 크게 기여하였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한국의 영화산업은 과감한 대외개방을 계기로 이전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잠재력이 발휘됨으로써 경쟁력이 강화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시장개방으로 산업이 급격히 쇠퇴한 사례도 많다. 미국의 모터사이클 제작업체인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의 경우처럼 한시적 보호관세를 통해 시장개방의 시점을 최대한 유예하고 이렇게 확보한 시간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는 데 성공한 예도 있다.

대외개방은 신중해야 하는 선택이다. 하지만 적절하게 이루어지면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길이다. 무역장벽의 보호 안에서 나타나는 산업의 현재 모습은 그 역량이 최대한 발휘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외개방을 통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업별 특성과 여건을 고려한 최적의 개방전략과 효과적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해당 산업 종사자들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결연한 의지와 노력이다. 그게 전제된다면 개방이라는 시련은 감추어져 있던 우리 산업의 저력(底力)을 발휘하게 하는 촉매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산업이 무역장벽의 보호 없이도 살아남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 이는 곧 그 산업이 세계 어느 곳으로도 진출할 수 있는 힘을 지녔음을 의미한다.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 경제가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경제영토가 더욱 확장되어야 한다. 당장은 힘들더라도 개방을 통해 외국과 경쟁하려는 적극적인 의지와 자신감이 필요하다. 우리 산업의 저력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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