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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정화와 황정민 ‘댄싱퀸’으로 다시 날다. 그 이유는?
명절에는 코미디영화라는 공식이 있습니다. 온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명절에는 모두가 즐겁게 웃고 즐기는 코미디가 ’딱’이라는 것입니다. 이번 설에도 이같은 공식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댄싱퀸’이 설연휴 극장가에 최고 강자가 됐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연기내공이 업계 최고인 엄정화와 황정민가 주인공을 맡고 있고, 주제 또한 매우 신선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설=코미디’라는 시기적인 요인까지 겹치면서 이 영화는 개봉이전부터 ’1위가 당연하다’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됐었습니다.


1, 도도한 엄정화, 투박한 황정민 조합.


엄정화와 황정민, 낯설지 않은 조합입니다. 2006년 옴니버스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에서 이미 연인 사이로 출연한 바 있습니다. 까칠하면서도 도도한 엄정화와 촌스럽고 투박한 황정민은 꽤 그럴듯한 커플로 어울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깐깐한 엄정화와 소탈한 황정민의 기본 이미지에 부부간의 신뢰와 애정, 그리고 억척스러움이 더해진 영화가 바로 ‘댄싱퀸’입니다.

젊은 시절 정화는 화려하고 육감적인 댄싱으로 신촌의 나이트클럽을 주름잡는 신촌 마돈나로 유명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초등학교 시절 친구였던 촌놈 정민과 다시 만나게 되는데, 그들이 길거리 시위 현장에서 이리저리 떠밀리다 정민은 얼떨결에 민주화 열사로 매스컴을 타게 됩니다.

이런 인연으로 두 사람은 결혼을 하게 되는데, 정민의 오랜 고시 준비기간 동안 정화는 에이로빅 강사를 하면서 남편을 뒷바라지 합니다.

남편이 뒤늦게 변호사가 되었어도 이들 부부의 형편은 그리 나아진게 없습니다. 정민은 여전히 변변찮은 수입의 어리버리한 촌동네 변호사에 불과하고 정화는 여전히 에어로빅 강사입니다.

회식 자리에만 가면 신세대 댄스곡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정화의 꿈은 아직도 댄스가수입니다. 넘치는 끼를 주체할 수 없었던 정화는 친구와 함께 ‘슈퍼스타 K’ 오디션에 참가했다가 탈락하지만, 연예사 기획실장 이한위로부터 성인돌 그룹인 ‘댄싱퀸’ 멤버로 스카우트 됩니다.

늦은 나이에 겨우 꿈을 이루는가 싶었는데, 남편 정민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겠다며 폭탄선언을 합니다.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해준 정민은 졸지에 용감한 시민이자 인권변호사로 부각되고 이후 몇몇 공익 캠페인에 출연하면서 인지도를 쌓게됩니다. 그러자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부심하던 한 정당이 그를 영입하려 합니다.


2, 상반되고 이질적인 상황을 적절히 얼버무린 영화소재.


정화의 말대로 이젠 정민이 시장 후보가 되는게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시장 후보의 아내가 된다는게 문제인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후 영화는 ‘서울시장 VS 댄스가수’라는 전혀 이질적인 상황을 놓고 좌충우돌하는 정민과 정화의 갖가지 에피소드를 보여주며 전개됩니다.

부부로서 정민과 정화가 같은 길을 가지 못하고 각자의 꿈을 향해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데, 그들이 꿈을 이뤄가는 모습도 상당히 다릅니다. 어린 시절부터 댄스 가수가 꿈이었던 정화는 대부분 자신의 노력과 열정으로 어렵사리 댄스 그룹에 합류합니다.

정민은 얼떨결에 민주화 열사가 되고, 누군가에 떠밀려 본의 아니게 취객을 구하는 등, 그가 공직선거 후보자가 되는 과정은 그야말로 우연의 연속입니다.

‘노력의 산물’과 ‘우연의 연속’이라는 이런 상반된 구도는 비현실적이고 판타지한 상황을나중에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 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우연적인 상황이 거듭되면서 졸지에 유력 정당의 시장 후보로 발탁된 정민은 댄스그룹 멤버가 되겠다는 정화의 소망을 간단하게 묵살해 버립니다.

하지만 정화의 정체가 폭로되어 위기를 맞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는 자신의 신념 보다는 아내의 꿈을 선택하면서 그것이 오히려 감동을 일으킵니다. 시장 후보 선출 대회에서 정민의 연설은 비록 전문성은 없지만, 진실에 기반한 솔직함으로 상당한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3, 주연배우들에게 딱 맞는 캐릭터의 맹활약.


그리고 극중 댄스 가수라는 역할은 누구보다 엄정화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입니다. 아마도 30대 후반의 나이에 육감적이고 섹시한 댄스를 선보이며 주부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는 국내에선 그녀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는 이미 2000년대 후반 ’한국의 마돈나’로 명성을 날렸던 전력도 크게 주효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영화가 극중 이름에 실명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실제 엄정화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역할이 바로 ‘댄싱퀸’에서의 엄정화라는 생각입니다.

같은 이유로 황정민이 실명을 영화 속 이름으로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이해될 수 있습니다. 언젠가 그는 영화제 시상식에서 자신은 스탭들이 차려준 밥상을 먹기만 했다는 인상적인 시상식 소감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소탈하고 진솔한 그의 이미지는 더도덜도 아닌 딱 ‘댄싱퀸’ 의 정민과 일치합니다. 특히 시장후보 선출 대회에서의 그의 연설은 몇년 전 영화제에서 솔직담백한 황정민 수상소감의 확장 버전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 싶습니다.

남편과 아이를 둔 주부가 아이돌 댄스 그룹의 멤버로 발탁된다는 발상은 그 자체만으로 이미 한 편의 코미디인데, 여기에 코미디나 다름없는 우리의 정치 현실까지 적절하게 패러디되면서 영화 ‘댄싱퀸’은 그야말로 한 편의 웰메이드 코미디 영화로 손색 없다는 생각입니다.

황용희 이슈팀 기자 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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