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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늦은 스타트 ‘페이스 메이커’, 그래도 의미있는 이유는?
영화 ’페이스 메이커’가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설연휴 대목장사를 위해 개봉한 4편의 한국영화들중 앞줄에 서기보다는 뒷줄에 서 있습니다. ’남을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영화의 소재대로 스스로도 ’페이스 메이커’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 지 걱정됩니다.

하지만 영화를 본 상당수 팬들은 이 영화는 각박한 이 시대에 한번쯤은 꼭 볼만한 영화라는데 이의를 달지 않습니다. ’톡쏘는’ 상큼함도, ’깔깔거리며’ 웃게해줄 뭔가는 없어도 온 가족이 함께 모인 설연휴에 훈훈하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따뜻한 영화임에는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가슴과 가슴을 서로 맞댈 그런 영화라는 것이죠!

1. ‘페이스메이커’ 한편의 ‘각본없는 드라마’

‘페이스 메이커’는 폼 나는 우승후보가 아닌 보조 마라토너를 다룬 영화입니다. 말이 좋아 ‘페이스 메이커’지, 설정만 봐도 웬지 ’찌질해 보이는 삼류 인생’을 조명했을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여기에 스포츠, 그 자체로 이미 한 편의 각본없는 드라마임을 감안한다면 마라톤을 통한 ’찡한 인생 역전 드라마’가 펼쳐질 것이라는 예감을 갖기에 충분합니다. 실제 영화도 이런 선입견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습니다.

완주하는 것이 목표인 마라톤에서 ‘완주하면 안되는 마라토너’라는 설정과 카피 자제도 다분히 역설적입니다. 여기에서 마라톤은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토너 각자의 고독한 레이스가 아니라 철저하게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팀플레이라는 자체도 상당히 의외였습니다. 쉽게 말해서 우승후보의 조력자이지만, 본질은 우승후보를 위한 희생자에 가깝습니다.

단체 종목도 아닌 개인 종목에서 팀원 전체가 희생하여 한 명의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다는 그 모순된 상황이 영화의 기본구조입니다. 모든 갈등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2. ‘페이스 메이커’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꿈’을 향해 달리는 주만호로~!

친구의 치킨집에 얹혀 사는 주인공 주만호(김명민)는 삶 자체도 구질구질하지만, 무엇보다 캐릭터 자체가 바보스럽습니다. 툭 튀어나온 앞니에 일자머리 스타일의 만호는 인상부터가 우스꽝스럽습니다.

재주라고는 달리기 밖에 없고, 착하고 순박한 것 이상으로 행동거지가 워낙 푼수 같아 남들에게 이용 당하기 쉬워 보입니다. 주만호는 ‘냉혹한 승부사’인 마라톤 팀 박감독(안성기)이 이용해 먹기에 안성마춤인 선수입니다.

주만호는 스포츠 뿐 아니라 실제 삶에 있어서도 평생 동생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역할로 나옵니다. 그는 마라톤은 물론 인생 자체가 페이스 메이커인 셈입니다.
평생 남을 위한 인생을 살아왔다면 필연적으로, “그럼 당신의 인생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봉착할 수 밖에 없고, 결말은 그에 대한 대답으로 귀결됩니다. 결국 영화 ‘페이스 메이커’는우승후보의 페이스를 끌어올리기 위해 투입된 보조 마라토너가 자신의 역할을 넘어 생애 처음 자신을 위해 달린다는 이야기입니다.

3. 자칫 ‘신파로 보일수 있는 영화’를 ‘스포츠 휴먼드라마’로 이끌어낸 ‘김명민의 연기력’

이 작품은 ’페이스 메이커‘라는 특별한 설정을 빼면 상당히 평범한 스포츠 영화였을지도 모릅니다. 영화는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선 인간 승리같은 통상의 스포츠 드라마 특유의 미덕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놓고 ’신파‘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스포츠 휴먼 드라마를 표방하는 만큼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유도하기 위해 곳곳에 신파적 요소가 진하게 내재되어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뛰어넘어 영화를 한 편의 드라마로 완성시키는 것은 역시 김명민의 힘입니다. 김명민은 이번에도 완벽에 가깝게 변신합니다.

만호는 어눌한 말투에 어리숙한 행동을 보이는 약간은 모자라 보이는 캐릭터지만, 김명민은 남다른 존재감으로 단순한 스토리와 신파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웰메이드하게 이끌어갑니다. 김명민은 단순히 마라톤의 페이스 메이커가 아니라 영화 전체를 리드하는 ’페이스 메이커‘입니다.

동생 성호(최재웅)나 날으는 미녀새 유지원(고아라) 등 주요 배역 대다수를 페이스 메이커 해줄 정도로 영화에서의 ’천덕꾸러기’ 김명민의 존재감은 대단합니다.

온갖 멸시와 조롱을 받던 선수인데다 분신처럼 여기던 동생에게 조차 거추장스런 존재였던 만호가 마침내 초라한 자신을 벗어던지고 30km 마라토너의 한계를 극복하는 순간부터가 영화의 하이라이트입니다.

도전과 성취 과정에서의 자기 극복과 구성원들 간의 극적인 화해는 스포츠 영화에선 비교적 흔한 설정이지만, 김명민은 실제 마라토너 뺨치는 주법과 확고한 캐릭터 연기로 영화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만호라는 인물은 어리숙하지만, 마라토너로서의 만호는 절대 어리숙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진정한 가치는 여기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4. 서로가 서로의 ’페이스메이커, 선수들의 세계의 훈훈한 감동 & 미리 보는 런던 올림픽이 주는 소소한 재미들

영화는 미리 보는 런던올림픽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런던 시내 마라톤 코스를 무척 디테일하게 재현하고 있습니다. 여러대의 카메라를 동원해서 실제 마라톤을 중계하듯 구성한 마라톤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손색이 없습니다.

다만 인간 승리를 강조하느라 만호가 30km 지점부터 초인적인 정신력과 힘을 발휘하는 대목에선 그 만큼 리얼리티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올림픽이나 보스턴 마라톤 같은 굵직한 마라톤 대회에서 같은 국적의 선수들 몇몇이 나란히 레이스를 펼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페이스 메이커는 30km 지점까지 우승후보를 위해 달리면서 옆 선수를 견제하고 우승이 가능한 기록으로 페이스를 이끌어줍니다.

이처럼 이 영화는 다양한 볼거리와 감동을 간직한채 영화팬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영화 ’페이스 메이커’는 영화의 주제처럼 다른 한국영화를 도와주는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해주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그 차체로 꼭 볼만한 영화임에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황용희 이슈팀기자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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