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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제3부 전원일기(24) “겨울사냥철 금지된 총질…이러다 사람 잡을라!!”
탕!

새해 벽두에 필자가 살고 있는 강원도 산골 집 마당에서 갑자기 고막을 찢을 듯한 큰 총소리가 울렸다. 화들짝 놀라 창밖을 내다보니 한 사냥꾼이 덩치 큰 사냥개를 풀어놓고 총을 쏘아대고 있었다.

“아니, 이게 뭐하는 겁니까. 아무대서나 총을 쏘다 사람이 맞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그 사냥꾼은 미안하다는 표정은커녕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빈집인 줄 알았는데(이건 완전히 거짓말이다)…산 쪽으로 쏘았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그러고는 “꿩이 엄청 많네…”라고 중얼거리며, 사유지인 밭을 마치 자기 밭인 양 유유히 가로질러 뒷산 숲속으로 사라졌다.

이번 겨울 강원도 내 순환 수렵장이 대거 허용되자 전국 각지에서 몰린 사냥꾼들이 마을 인근 하천변 등 수렵행위가 금지된 곳에서도 마구 총질을 해대 자칫 인명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이번 겨울 강원도 내 순환 수렵장은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급증함에 따라 매년 2~3곳에서 원주·홍천·횡성·평창·정선·영월 등 6개 지역으로 확대됐다. 6개 시군 수렵지역 면적은 총 4082㎢로 6개 시군 전체 면적의 53%에 이른다.

포획할 수 있는 동물은 멧돼지, 고라니, 청설모, 꿩, 멧비둘기, 참새, 까치, 어치 등 8종이다. 최근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한 멧돼지는 1만1906마리까지 포획할 수 있도록 대폭 확대했다. 강원도 내 수렵장은 오는 2월20일까지 운영된다.

이렇게 강원도 내 수렵지역을 대폭 확대해놓은 결과, 적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필자가 사는 홍천군 내촌면 홍천강 상류 쪽은 마을 인근 하천변 까지 사냥개를 풀어놓고 사냥을 하는 사냥꾼 때문에 평소 산책길로 이용하던 뚝방 길은 걷기조차 겁이 난다.

홍천군 내면에서 인제군 상남면으로 흐르는 내린천 주변도 하천을 따라 인가가 올망졸망 모여 있지만 사냥꾼들은 아랑곳 않고 사냥개를 풀어놓고 사냥을 하곤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단속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워낙 지역이 광범위한 데다 이들이 이동을 하면서 사냥을 하기 때문에 추적 단속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이 같은 무분별한 총질로 인해 통신케이블이 끊기거나 피복이 벗겨져 통화 장애를 일으키는 등 적잖은 재산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KT 충북마케팅단에 따르면 제천·진천·음성·보은·영동 등 5개 시·군에 순환 수렵장이 개장된 이후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통신케이블 단선이나 훼손 사고가 17건이나 발생했다.

이는 사냥꾼들이 전봇대나 전선에 앉은 새를 향해 마구잡이로 총질을 해대기 때문인데, 총탄에 맞아 케이블이 끊어지고 고무 피복만 벗겨져도 틈새로 빗물 등이 스며들어 혼선이나 잡음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실제 지난달 진천군 초평면 은암기지국의 이동전화용 광케이블이 사냥꾼 총탄에 맞아 끊겨 1시간30분 동안 이 일대 전화가 불통됐다. 또 진천군 문백면 계산리에서는 유선전화용 케이블의 고무 피복이 총탄에 벗겨지면서 통화 잡음이 생겨 100여 가구가 큰 불편을 겪었다.

KT 충북마케팅단의 한 관계자는 “통신케이블이 파손되면 통째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복구에 수백만 원씩 들어간다”면서 “새 한 마리를 잡으려고 쏜 총탄이 막대한 통신시설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산간지역인 강원도의 경우 사냥감이 풍부한 최고의 겨울 사냥지로 인기를 끌고 있기에 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수렵장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최근 급격히 증가한 멧돼지와 고라니 등 유해조수로 인한 농작물 피해뿐 아니라 주민피해까지 발생하는 등 유해조수 조절에 대한 필요성이 그 어느 때 보다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사냥꾼들이 수렵금지구역에서도 무분별하게 총질을 해대는데 있다. 자칫 인명사고 뿐 아니라 재산상 피해와 생활불편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원을 비롯해 관광지, 군사시설보호구역, 문화재보호구역, 자연휴양림, 능묘, 사찰, 교회 등에서는 수렵이 금지되어 있다. 수렵구역이라 하더라도 문화재가 있거나 민가나 축사지역, 재산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에서는 수렵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인적이 없는 야산이라 하더라도 통신케이블, 도로반사경, 표지판 등 공공시설에 대한 각별한 주의도 필요하다. 수렵을 하는 동안에는 산불 방지를 위해 인화성 물질을 소지할 수 없으며 수렵허가자임을 알아 볼수 있는 지자체에서 제공한 수렵모자도 필수품이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냥꾼들이 간혹 있다. 또한 순환 수렵장 확대 허용을 틈타 야생동물 밀렵·밀거래가 성행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전북도는 경찰과 대한수렵협회 밀렵감시단 등과 함께 합동단속반을 편성해 오는 10∼20일 집중 단속에 나선다. 이번 단속에서는 수렵장이 개장된 정읍·김제·진안·임실지역은 물론 상설 5일장의 건강원, 한약재상 등 야생동물 취급업소도 점검할 예정이다. 올무, 창애 등 불법 사냥도구도 거둬들인다.

특히 멸종위기에 처한 조수와 일반 야생동물의 알 새끼 집을 포획하거나 운반·보관하는 행위, 합법적인 수렵을 빙자한 남획, 수렵 조수 외 포획, 수렵금지 지역의 불법 포획행위 등을 집중 단속한다.

수렵행위가 활발한 강원도와 충북 등 다른 지역에서도 이 같은 합동단속이 절실하다. 자칫 인명사고가 나기 전에 말이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cafe.naver.com/r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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