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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마스, 1만원대 케익이 사라진 이유
‘바가지’ 크리스마스가 부담스러운 서민들

최근 결혼한 오정은(29ㆍ영등포구)씨는 고민에 빠졌다. 결혼 후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라 제대로 보내고 싶지만 너무 오른 물가 탓에 본래 계획을 수정해야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비싼 외식 대신 홈파티로 수정했다. 그래도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오씨는 “작은 케이크에 앙증맞은 트리장식만 사도 5만원이 넘더라”며 “서로의 선물은 생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또 “사랑과 정성을 나누는 크리스마스라지만 이젠 ‘작은 정성’도 힘들어 졌다”며 한숨졌다.

바가지 크리스마스가 한 두해 얘기는 아니지만 올 해 크리스마스는 더욱 심각하다.

크리스마스 전날인 24일 전국적인 눈 소식으로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예상돼지만 치솟는 물가, 경기 침체 등으로 이번 크리스마스 때 우울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를 넘는 바가지 상술로 시민들이 지갑을 몇 번씩 들춰보며 가슴 졸이는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에도 케이크는 ‘2011년용 크리스마스 케이크’란 이름표를 달고 몸값을 높였다.

국내 유명 제과업체들은 올해 케이크 가격을 일제히 2000~3000원씩 올렸다. 상승률은 10%에 육박한다. 물가오름세(4%대)의 2배 수준이다.

작은(2호) 케익 하나 가격이 2만 3000원. 3~4인용 케익은 3~4만원을 호가한다. 더 이상 1만원대 케이크를 찾은 건 쉽지 않게 됐다.

주부 이세진(42ㆍ중랑구)씨는 “먹성 좋은 중학생 아들 둘을 생각하면 4호 사이즈는 사야될 것 같은데 너무 부담스럽다”면서 “사은품은 안줘도 되니 그냥 케이크 가격이 합리적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정판’이란 이유로 가격을 높인 얄팍한 수법도 여전했다.

직장인 김선희(31ㆍ여)씨는 평소 자주찾던 화장품 숍을 들렀다 기분이 상했다. 평소 즐겨쓰는 목욕용품이 크리스마스 한정판으로 나온 것을 보고 단번에 골랐지만 가격표시가 수상했다. 분명 색상만 다른 제품이었음에도 기존제품보다 500원이 비쌌던 것.

김씨는 “왜 비싸냐고 물었지만 한정판이라 지금 밖에 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더라”며 “뭔가 속은 느낌에 그냥 나와버렸다”며 분노했다.

가족들끼리 외식이라도 하려면 큰 용기(?)를 내야할 형편이다. 꽉 차 있는 예약에 입장을 거절당하는 건 기본이다. 평소보다 두배 가량 비싼 메뉴도 감수해야 한다.

직장인 박모(34)씨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A 레스토랑을 예약하다 깜짝 놀랐다. 평소엔 1만원대 단품 메뉴는 물론 1인당 3만원대 코스요리도 가능했지만 크리스마스 때는 1인당 7만원대 코스요리만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메뉴도 ‘코스’ 하나만 가능하다.

박씨는 “이미 여자친구에게 말을 해놓은 상태라 취소는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예약을 했다”고 말했다. 예약 취소를 대비해 10%의 선불금까지 내야 하는 외식업체도 많다.

대목 만난 숙박업소들도 극성이다. 크리스마스날 모텔비는 부르는 게 값이다. 서울 중구의 H 모텔은 평소 5만원(주말)이던 방 가격을 23~25일엔 15만원으로 높여 받기로 했다.

업소 관계자는 “가격을 올려도 방을 찾는 커플이 넘친다”면서 “더 많은 손님을 받기 위해 숙박이 아닌 대실만 하는 모텔도 있다”고 귀띔했다.

놀기도 쉽지 않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클럽 ‘제이제이 마호니스’는 평소 무료 입장과는 달리 23~24일에는 5만원 가량의 입장료를 받는다. 평소 1만원대인 홍대 클럽 입장료도 크리스마스 대목에는 평소보다 배가량 높아진다.

각종 공연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10만원을 호가한다.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 공연을 앞둔 ‘이승철 크리스마스 콘서트’ VIP석은 13만 2000원이다. R석과 최저등급인 A석 가격도 각각 11만원과 7만 7000원. 김장훈과 싸이의 ‘완타치 2011’ 공연 역시 VIP지정석 티켓값은 13만 2000원이다. 김조한, 임재범, 김연우 등의 콘서트 티켓 가격도 각각 11만~12만원대로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공연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공연 티켓값은 일본에 비해서도 훨씬 비싸다”면서 “마케팅 비용과 공짜 티켓가격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혜진기자@hhj6386>/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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