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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장, 지근거리서 ‘그 분’ 보좌…권력의 밝은면·어두운면을 속속들이 아는 ‘측근 중의 측근’
DJ정부 시절 ‘집사’에 비유

신변잡무 믿고 맡길사람 선택


노무현 정부는 정치적 ‘동지’

전략적 정무감각 최대 덕목


MB정부는 ‘전문경영인’스타일

정치력 보다 실무형 인사 선발



이명박 대통령이 실용정부의 마지막 대통령실장을 낙점하느라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후임으로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이 거의 낙점됐다가 최근에는 원점에서 다시 인선작업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청와대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그만큼 임기말 대통령실장은 무거운 자리다.

‘대통령실장’(옛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1번’ 참모다. 대통령의 집무실은 물론 관저까지 드나들며 가장 가까운 곳에서 대통령과 얘기한다. 대통령과 지근거리에 있다보니 권력의 밝은 부분과 권력의 어두운 부분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 속속들이 알 수 있다.

‘대통령 비서실장론(2002년)’을 쓴 고려대 함성득 교수는 “대부분의 장관과 수석은 대통령과 독대하고 싶을 것이고 자주 만나고 싶어 할 것이다. 대통령중심제 아래서 권력은 대통령과 만나는 빈도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매일 아침 30분∼1시간씩 독대한다는 것은 대단한 힘의 원천이다”고 말했다.


함 교수는 이어 “여기서 비서실장은 얼마든지 특정 인사에 대해 좋지 않게 얘기할 수 있고 그것은 상황에 따라 그 수석이나 장관에게 치명적인 정치적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것”이라고 대통령 비서실장의 정치적 의미와 파워를 분석했다.

함 교수는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서형, 실무형, 정치형, 실세형 등 네 가지로 나눴다. 예를 들어 김대중 정부의 경우, 이상주 실장은 비서형, 한광옥 실장은 정치형, 박지원 실장은 실세형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것은 학문적인 분석을 현실에 꿰어맞춘 것일 뿐, 우리나라의 정치사를 훑어보면 결국 비서실장은 각 정권의 성격과 역할에 맞게 정해졌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DJ정부 시절의 비서실장은 집사에 비유됐다. 대통령의 통치자금을 비롯한 신변의 잡무를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이 필요했다. 한광옥-박지원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전형적이다. 동교동계로 대표되는 가신정치 그룹들이 청와대 입성 이후까지 대통령을 주변에서 보좌한 경우다.

반면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비서관들은 대통령과 정치적 뜻을 같이하는 ‘동지’로 비유된다. 전형적인 인물이 문재인 비서실장이다. 노 전 대통령도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며 그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표현한 바 있다.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한 인사는 ‘전략적 정무감각’을 비서실장의 최대 덕목으로 꼽았다.

4대 개혁입법을 비롯, 각종 개혁적 법안들을 밀어붙였고, 한나라당과의 연정 구성 등 활발한 정치활동 덕분에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의 구상을 실전에 접목할 수 있는 전략적 정무감각이 최대 덕목으로 꼽히는 분위기였다.

이병완 비서실장의 경우에는 ‘비서는 전면에 나서지 않는 그림자여야 한다’는 원칙을 버리고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널리 알리기 위한 각종 기자회견은 물론 각종 강연회까지도 나섰다.

그렇다면 MB정부의 비서실장은 어떤 역할을 요구받을까.

한 정치인은 MB정부의 태동부터가 이념적 동질성도 약하고 오랜 기간 같이 일해온 인물집단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비서실장의 역할 역시 일종의 ‘전문경영인’에 비유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즉 대통령을 대주주에 비유한다면, 대통령실장은 전문경영인에 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정권 초반 인수위원회는 일종의 발기인대회에, MB정부는 정권창출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에 비유했다.

이 같은 시각으로 접근한다면 MB정부 하에서 대통령실장은 청와대내 스태프 조직을 확실하게 챙길 수 있는 인물로 요약된다.

류우익-정정길-임태희로 이어지는 대통령실장들은 ‘여의도’정치와는 거리가 먼 실무형 인사들로 평가된다. 정권창출에 지분이 있는 공신보다는 대통령 보좌에 충실할 수 있는 인물들이라는 평가다.

임태희 실장도 국회의원 출신이긴 하지만, 그는 당초 기획재정부의 전문 관료였던 점을 감안하면 순수하게 정치인 출신이라고 부르기에는 한계가 있다.

MB정부 하에서 대통령실장 가운데는 교수 출신 인사들도 비교적 많은 편이다. 서울대 지리학과 출신의 류우익 전 실장(현 통일부 장관)과 2008년 대통령 실장에 임명된 정정길 실장도 울산대 총장이었다.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교수 출신 대통령실장은 정치적 색깔이 옅어 국정 혼란 상황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해왔지만, 정무적 능력은 늘 약점으로 꼽혀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의 이상주 비서실장(전 한림대 총장)은 4개월로 단명했으며, 노무현 정부 시절 김우식 실장(전 연세대 총장)은 정권말 권력누수 현상(레임덕)을 막으려는 의지에 따라 이병완 전 실장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했다.

박지웅ㆍ홍석희 기자/goa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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