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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바늘 하나에 쓰러지는 낙타
누구나 있는 ‘약한 구석’

상처와 과민한 반응 불러

상대의 약점 배려해야

‘농담’소송 거는 일 없어



원조 아이돌 그룹이라 할 수 있는 DJ DOC의 멤버가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초창기 멤버였던 친구를 ‘박치’라고 공개하며 깔깔거린 것이 법정 소송으로까지 이어져 화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를 못하겠다고 갸우뚱했다. 예능에서 연예인들이 말하는 내용에 대해서 ‘그러려니’ 해야지 뭘 소송까지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게다가 ‘박치였다’는 내용보다 더 심한 ‘폭로’와 ‘고백’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넘쳐나는 세상인데 뭘 그런 정도 가지고 소송까지 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뉴스를 처음 대한 순간 생각했다. 아마 ‘박치’ 운운한 내용은 겉으로 보면 ‘해프닝’ 수준에 지나지 않지만 어쩌면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낙타를 쓰러지게 만든 ‘바늘’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박치라고 말한 것’ 그 자체는 대단한 일이 아닐지라도 만약 당사자들 사이에 그동안 쌓였던 것이 많다면, 특히 소송을 제기한 멤버에게 풀지 못한 앙금이 잔뜩 쌓여 있다면 소송까지 갈 수도 있는 일이라고. 역시 그랬다. 소송을 감행하고 있는 그 멤버는 그룹 결성 초기에 자신이 당했던 수모, 그룹에서 나오던 당시의 치욕스러웠던 기억을 고스란히, 생생하게 갖고 있었고 이번 일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었다.

낙타에게 짐을 실어서 다니던 상인이 있었다. 낙타는 짐을 너무 많이 실어서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상인은 낙타의 사정은 아랑곳 않고 짐을 계속 실었다. 그러다가 상인이 ‘바늘’ 하나를 더 얹는 순간 낙타가 쓰러졌다. 상인은 “무슨 낙타가 바늘 하나에 쓰러지냐”고 소리 질렀다. 낙타가 쓰러진 것은 ‘바늘’ 하나 때문이 아니었음을 깨닫지 못한 상인은 모든 짐을 들고, 지고 가느라 꽤나 고생했다.

내가 무심코 한 말이나 장난삼아 놀렸던 내용이 상대에게는 결코 장난이 아닌 경우가 있다. 사람에게는 약한 구석이 있다. 열등감 때문일 수도 있고, 어린 시절의 아픈 경험 때문일 수도 있고, 또는 예민한 성격을 타고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사람은 유난히 민감하게, 또는 과도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있게 마련이다. 내가 무심코, 또는 장난삼아 한 말이 상대의 ‘약한 구석’을 건드리면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고, 수치심을 자극한다.

그래서 우리는 두 가지 대처법을 연습해야 한다. 한 가지는 내가 가진 ‘약한 구석’을 잘 극복하는 방법이다. 내가 어떤 부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또 과도하게 상처받는지 알아야 한다. 나의 약한 구석을 잘 파악하면 상대의 말에 상처를 덜 받을 수 있다. ‘음… 이 사람이 나의 약한 구석을 건드리고 있군’이라고 생각하면서 상대에게 진지하게 ‘그러지 말 것’을 요구한다. 이렇게 의식하고 있으면 상처를 덜 받는다. 과도한 반응으로 상대를 당황시킬 가능성도 낮아진다.

두 번째는 상대의 약한 구석을 건드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방법이다. 좀 관심을 기울이고 보면 상대의 약한 구석이 보인다. 또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했을 때 상대의 반응을 보면 반복해서 약한 구석을 건드리는 일은 피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상대가 받는 상처나 반응에 아랑곳 않고 계속 건드리면 낙타의 바늘이 될 수 있다. 예전부터 늘 해왔던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농담’에 상대가 벼락같이 화를 낼 수 있다. 친구 사이라면 우정이 깨질 수도 있고, 부부 사이라면 커다란 부부싸움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지금 당장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보자. 내가 누군가에게 ‘낙타의 상인’과 같은 존재가 되어 있지는 않은지. ‘바늘 하나’에 쓰러질 낙타가 내 주변에 있는 것은 아닌지. 특히 나보다 강한 분이 아니라 나보다 약한 사람, 직위가 약하거나 나를 사랑하는 사람-더 사랑하는 사람이 더 약하다-을 중심으로 찾아볼 일이다. 그리고 연말이 가기 전에 짐을 덜어주고 사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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