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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명도 논리도 필요없는 트위터 ‘ISD’ 괴담...광우병 포비아 재발?
“ISD는 국내 재벌이 미국 법인을 통한 투자로, 공공서비스 사업을 사유화하고 싶어하기 때문. 맹장수술 2000만 원이 현실이 됩니다”, “미국 택배 회사가 우체국택배를 소송할 수 있는게 ISD입니다”

3일 오전 트위터에 ‘ISD’라는 단어를 넣고 검색하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글이다.

건강보험은 한미FTA 협정 적용 대상이 아니며, 따라서 미국 기업의 ISD(투자자정부재소) 대상이 될 수도 없다는 사실은 모두 생략된 채, ‘맹장수술 2000만 원’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만 떠다닐 뿐이다. 또 우체국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민간 택배 회사가 2500원짜리 박스 하나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국내 택배 시장의 현실도 200자 선동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볼리비아의 수도 민영화가 한미FTA 속 ISD조항으로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로 포장되고 있지만 “ 미국과 FTA를 맺은 적 조차 없다”는 사실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게 트위터의 현실이다.

이 같은 트위터의 ‘상상력 돋보이는’ 괴담이 먹혀들고 있는 것은 이들이 특정 정당, 또는 시민단체, 언론의 주장 중 일부를 근거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의혹 수준의 문제 제기, 또는 공상소설에서나 가능할 법한, 현실에서는 비슷한 사례조차 찾기 힘든 확률상 0.01%에도 못미치는 ‘가정된 상황’이지만, 공신력 있는 글을 근거로 과대포장하는 전략이다. 링크가 걸린 짧은 트위터 글을 본 대부분 네티즌들은 이를 별다른 의심과 여과 없이 그대로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한미FTA 비준을 놓고 치열하게 싸우는 와중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트위터의 FTA 괴담은 흡사 3년 전 광우병 괴담을 보는 듯 하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2일 트위터로 이뤄진 인터뷰에서 독수리 타법으로 “제발 떠도는 괴담에 현혹되지 말라”고 당부할 정도다.

2008년 인터넷 게시판과 각종 포털 뉴스 댓글을 뜨겁게 달궜던 광우병 촛불 시위 관련 글들은, 채 몇달이 지나지도 않아 더 이상 인터넷에서 찾아보기 힘든 ‘헤프닝’으로 종결된 바 있다.

당시 선전, 선동에 동원됐던 ‘미국산 쇠고기가 닿은 칼과 도마를 통해 쇠고기를 먹지 않아도 광우병에 걸릴 것’, ‘생리대ㆍ조미료를 통해서도 광우병에 걸려 죽는다’ 같은 문장은 대부분 광우병의 존재가 처음 발견됐던 1990년 대 또는 2000년 대 초반의의 논문이나 기사를 근거로 삼았다.

이후 의학 발전으로 광우병이 통제 가능한, 발병 확률 낮은 질병이 됐다는 사실, 미국 본토는 물론 미국산 쇠고기를 20년 전부터 수입해 먹은 국내에서도 이로 인한 광우병 발병 사례는 없었다는 사실은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는 유명인들의 선동성 글에 가려졌었다.

이와 관련 한 인터넷 전문가는 학부모들이 자녀의 등교까지 거부했던 미국의 1980년대 에이즈 공포와 같은 인간의 근본적인 불안심리가, 짧고 빠른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인터넷과 트위터와 만나 부작용을 반복적으로 양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전ㆍ선동에 필요한 공포감, 그리고 자극적인 짧은 단어에 다소 지루하고 긴 과학적 근거와 이성이 배척받는 인터넷의 부작용을 꼬집은 것이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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