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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디 1세대’ 델리스파이스 5년만에 화려한 귀환
데뷔 16년의 내공일까. 시간을 자유자재로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는 여유. 시간에 쫓겨 아득바득하지 않고, 자체 시계추를 똑딱똑딱 움직일 수 있는 느긋함이 있다. 1997년 데뷔해 한국 ‘인디밴드 1세대’로 분류되는 ‘인디계의 조상’ 델리스파이스가 5년 만에 정규 7집 앨범을 냈다. 26일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델리스파이스의 김민규(보컬 기타), 윤준호(베이스)를 만났다.

그동안 팬들이 많이 기다렸다고 하니 “같이 나이 드는 거다, 우리도 팬들도(민규)”, 그래도 5년은 긴 공백이라고 했더니 “세월이 빨라서 그렇게 느끼는 거다. 사실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준호)”이라는 선문답 같은 대화가 오갔다.

밴드는 5년8개월간 100% 포맷을 하고 새로운 그림을 그려나갔다. 두 사람은 “1집 때처럼 신선한 기분으로 작업했다. 이제 시간에 쫓기지 않고 음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이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비우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비워야 다시 담을 수 있고 뭔가 차야 음악을 할 수 있는 건데, 예전에는 그게 잘 안 됐어요. 물도 그렇잖아요. 아직 잔해물이 남아 있는데 깨끗한 물을 붓는다고 깨끗해지진 않잖아요.”(민규)



여행 마니아로도 알려진 민규 씨는 특히 여행의 미덕으로 “음악에 필요한 감성이 말랑말랑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삶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돼요. ‘내 인생은 왜 이럴까’부터 시작해서 ‘이렇게 살아도 되는걸까’까지. 그러다 제일 좋은 순간은 아무 생각도 안 나는 ‘멍한 순간’이에요. 우리 사는게 너무 바쁘니까 그런 시간이 많이 없잖아요. 눈동자는 떠있는데, 아무 생각 없는 시간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아요”(민규)

옆에서 지켜본 준호 씨는 “곡에 여행의 흔적이 많이 뭍어난다. 여행을 많이 다녀온 티가 노래에 난다”며 “이번처럼 곡에 자연이 많이 언급된 적이 없다. 태양, 비, 무지개, 별. 등 단어들이 많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앨범은 전반적으로 ‘새롭지만 변함없는 델리스파이스’다. 전자음이 가미된 곡이 귀를 확 사로잡고, 여전히 ‘델리표’ 감성 모던록이 다수를 차지한다. 첫 번째 곡 ‘오픈 유어 아이즈’의 강렬한 전자음을 듣고 ‘어라? 델리스파이스 맞아?’ 했던 생경한 느낌은, 세 번째 곡에 이르러 ‘아, 델리구나’ 싶다. 울림 강한 기타 사운드의 서두가 1집 ‘차우차우’의 느낌과 유사해 짠한 감동까지 더해진다.

보통사람들의 첫사랑, 청춘의 이미지를 상기시키는 노랫말도 변함없다. 그들이 불러온 아련한 느낌은 누군가의 꿈과 희망을 불러일으켰고, 따스한 위안이 되기도 했다. 타이틀곡 ‘슬픔이여 안녕’을 비롯해 ‘별의 목소리’ ‘무지개는 없었다’ 등의 곡은 제목만으로도 말랑말랑한 감성을 자극한다. 반짝이는 희망도 여전히 녹아 있다. ‘난 다시 날 수 있어 숨이 차올라도. 가슴이 터질 듯한 벅찬 희망을 갖고.(슬픔이여 안녕 中)’ ‘눈부시게 빛나던 대지 위에서 우린 영원한 꿈을 꾸네.(별의 목소리 中)’



유독 청춘의 이미지에 천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청춘이 아닌 시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생각하는 것도 바뀌고, 보이는 것도, 가치관도 바뀌고, 아픈것도 아물고. 7집도 시간과 연관된 곡들이 많아요.”(민규)

이들이 내놓은 앨범 재킷도 시간의 예술로 빚어냈다. 재킷은 성산대교 북단에서 소속사 식구들까지 동원해 불꽃을 하나씩 들고 글씨를 써내려간 흔적이다. 김민규는 글자 ‘D’를, 윤준호는 ‘P’를 맡았다. 준호 씨는 “사진이 순간의 예술이라면, 이번 앨범은 시간의 예술”이라며 “짧은 시간이지만 시간의 궤적을 담은 게 재킷이고 겪은 일의 흔적을 담은 게 7집 음반”이라고 설명했다.
 



델리스파이스는 오는 29일 앨범 발매와 함께 홍대 상상마당 무대에서 쇼케이스를 연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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