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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酒暴, 술이 웬수? 사람이 웬수?

  • 밤마다 경찰서·지구대 등서 난동 일상화…조폭 잡던 경찰 주취폭력과의 전쟁선포…추락한 공권력의 자화상·관대한 음주문화도 문제
  • 기사입력 2011-09-2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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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몸싸움 정도는 평범

흉기 휘두르고 자해까지

1t트럭 몰고 파출소 돌진도

술주정·실수 수준 벗어나

심각한 사회 문제로 비화


대부분 술깨면 기억도 못해

처벌강화 등 대책마련 시급





지난 1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모 카페. 한 남자가 들어와 검은 비닐 봉지를 던졌다. 봉지 안에는 죽은 고양이가 들어있었다. 인근 쓰레기통에서 주운 것으로 밝혀진 고양이 사체에는 구더기가 드글댔다. 피의자 이모(35) 씨의 엽기행각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는 카페 종업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멱살을 잡고, 들고 있던 소주병을 휘둘렀다. 경찰의 머리를 향해 내려친 소주병은 다행히 어깨에 비껴 맞는 정도로 그쳤지만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이 씨는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 강동경찰서에 구속됐다. 당시 그는 만취 상태였다.

조폭(조직폭력배) 잡던 경찰이 주폭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주폭(酒暴)’은 주취폭력범의 줄임말. 말 그대로 술에 취해 행패를 일삼는 사람을 말한다. 술 한 잔 걸쳤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라고 눈감고 넘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주폭의 ‘실수’로 웃어 넘길 만큼 간단치가 않다.

경찰에게 취객의 끊임없는 욕설과 몸싸움 정도는 평온한 일상 수준이다. 까딱하면 주먹과 발길질이 날아들고, 술병이나 흉기로 위협당하는 경우도 흔하다. 순찰차와 경찰서 재물을 파손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서울 강동경찰서 측은 “주취폭력범의 경우는 사안이 경미하다는 이유로 구속시키지 않는 편이지만, 반복적으로 난동을 부린 주취폭력범을 엄정하게 처리한다는 차원에서 (이 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이미 강도상해 등 전과 18범이었다.

평범한 시민의 술주정으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주폭은 매일 밤 일어난다. 심지어 경찰서나 지구대, 파출소에서까지 주폭이 다반사로 발생한다.

지난 6월 서울 중부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피의자 지모(47) 씨의 발에 걷어차여 발톱이 부러졌다. 지 씨는 신당역 3번 출구 중앙시장 앞 도로공사 현장에서 술에 취해 “왜 이곳에서 공사를 하느냐”며 소란을 피웠다. 이후 그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광희지구대 소속 김모(27) 순경의 멱살을 잡으며 소란을 피우다 지구대로 연행됐다. 지구대에서도 계속 고함을 지르고 소동을 부린 그는 경찰서에 인계된 이후에도 “이빨이 아프다. 치과에 보내달라”며 소란을 피우던 중 말리던 경찰의 발을 차 발톱을 부러뜨렸다. 그 후에도 계속 난동을 부리던 지 씨는 수갑을 채우고서야 조용해졌다.

주폭의 ‘폭행 이유’는 다양하다. 다양하다는 것은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부분 술을 깨고 나면 자기가 한 행위를 기억 못한다고 진술한다. 고양이 사체를 집어 던진 이 씨도 만취 상태에서 별다른 이유없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용산경찰서에 연행된 C(33) 씨도 별다른 이유없이 소방관과 경찰관을 연이어 폭행했다. 이태원역 근처에서 술을 먹고 도로에 누워 자고 있던 C 씨는 신고를 받고 온 119 구급대원의 가슴을 주먹으로 마구 내려쳤다. C 씨가 구급대원에게 폭행을 계속 휘두르자 소방서 옆 이태원 지구대의 경찰이 달려왔다. C 씨는 경찰관의 가슴을 머리로 들이받는 등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러 결국 입건됐다. ‘제복 입은 사람은 다 싫다’는 듯한 막무가내 주폭이었다. 


술에 잔뜩 취한 이들의 자해도 골칫거리다. 경찰서 형사당직실이나 지구대에는 오토바이 헬멧이 놓여 있는 곳이 있다. 벽에 머리를 찧는 등 자해를 하는 피의자를 제지하기 위한 용도다.

서울 강남경찰서의 모 경찰은 “자기 옷을 찢고 문신을 보이는 등 협박을 일삼는 피의자도 많다”며 “자기 뜻대로 안될 경우 자해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주폭이 가장 심한 시간대는 주말 새벽 4~5시쯤이다. 금요일과 토요일 새벽,술자리가 3~4차를 넘어가며 과도하게 취한 사람들이 상호 시비가 붙으면서다. 지난 18일 토요일 밤 서울 이태원 지구대에 접수된 112 신고는 총 45건이었다. 그 중 17건이 술에 취해 서로 때리고 물건을 부순 사건이었다.

지난 18일 새벽 서울 용산경찰서 이태원 지구대. 경찰 두 명의 손에 이끌려 한 남자가 들어왔다. 그가 문너머로 들어옴과 동시에 육두문자가 포탄처럼 날아들었다.

“야, 이 ××들아. 니들 마음대로 해라” “이 ×같은 ××들” 피의자는 붙들린 팔을 앞뒤로 흔들며 술에 취해 몸도 가누지 못한 채 발만 굴렸다. 뒤따라 들어온 피해자의 얼굴엔 짜증이 가득했다. “밥이랑 술 쳐먹고 돈도 안내곤 저러잖아요.” 요금 지불 능력도 없이 식당에서 식사를 한 모양이었다. “차돌박이 5만7000원, 맥주 2만원, 소주 3000원어치를 혼자 먹었다니까요.” 피해자인 식당주인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야, 이 ×같은 ××야.” 만취한 피의자의 목소리도 커졌다. 그때 갑자기 피의자가 일어나서 유리창으로 달려갔다. “에이, ××” 그는 두 손으로 유리창에 설치된 방충망을 잡아 뜯었다. 방충망을 마구 흔들고 때리더니 오른쪽부터 뜯어내기 시작했다. 놀란 경찰 세 명이 달려가 피의자의 팔을 붙들자 그는 격하게 저항했다. 경찰이 방충망에 매달리다시피 한 피의자를 떼어내자 가로 60㎝, 세로 130㎝ 크기의 방충망은 너덜너덜해진 채 밑으로 축 처졌다.

취객이 벌이는 행패는 때론 등골이 서늘할 정도다. 지난 15일 경남 진주시 일반성면 장촌리에서 최모(61) 씨가 자신의 1t 트럭을 몰아 파출소 출입문 계단을 들이받아 부숴졌다. 최 씨는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혈중 알코올농도 0.111%의 상태에서 트럭을 운전하다 음주단속에 적발되자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의 경찰들은 “술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 강서경찰서의 홍모 경위는 “술 안 먹고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만취한 이들이 경찰에 발길질하고 멱살잡이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상습적으로 경찰서에서 난동을 피우는 사람들은 강력하게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도 “그날 밤 있었던 일은 바로 잊어버려야지 안 그러면 이 업무 못한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경찰을 하고 있는 김모 경위는 “과거에 비해 민주화가 된 것은 좋지만 공권력의 권위가 너무 떨어졌다”면서 “경찰은 때려도 별 일 없겠지 하는 생각이 너무 퍼져 있다”고 씁쓸해했다.

이자영 기자/nointe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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