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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낯설어서 ‘빵’ 터진다
낯설다. 다르다. 수십, 수백억원의 대작영화에 길들여진 눈으로는 ‘저렴하고 엉성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삐질삐질 새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 때로는 정체 모를 쾌감이 가슴을 후련하게 한다. 금기도, 규칙도 없는 상상력의 난장, 독특한 발상과 스타일의 한국 독립영화 3편이 찾아왔다. 제목부터 비범한 ‘뽕똘’과 ‘어이그, 저 귓것’(이상 감독 오멸), 그리고 ‘에일리언 비키니’(감독 오영두)다. 25일 나란히 개봉했다.

▶ ‘무규칙 토종 코미디’ … ‘뽕똘’ & ‘어이그, 저 귓것’ =영화사는 오멸 감독의 영화 2편, ‘뽕똘’과 ‘어이그, 저 귓것’을 ‘탐라오딧세이 무비 패키지’라고 이름붙였다. 제주에서 제주사람들이 만든 제주에 관한 영화이자 예술에 관한 코미디다. 이 작품들이 남다른 것 중의 하나는 영화 속 대사가 순수 제주 방언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때로는 외국어같이 알아듣기 어려운 대사를 객석에게 전달하기 위해 자막이 붙었다.

‘뽕똘’은 제주도의 무명 감독이 영화 만들기에 도전하는 내용이다. ‘뽕똘’은 낚싯바늘이 물 속에 가라앉도록 줄 끝에 매다는 작은 쇳덩이나 돌덩이를 뜻하며, 키가 작으면서 야무지게 생긴 사람을 비유해 쓰이기도 하는 말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중년의 감독 애칭이다. ‘뽕똘’(이경준)은 무작정 배우 모집 공고를 내고 유일하게 오디션에 응한 서울내기 성필(김민혁)을 주인공으로 삼아 영화 찍기에 도전한다. 제나름 제작자이자 총감독(양정원)도 있고 스태프 겸 여배우(조은)도 있다. 뽕똘의 영화는 ‘돗돔을 잡는 낚시영화’에서 ‘돗돔의 비늘을 얻는 자가 세상을 구원한다’는 어드벤처 슈퍼히어로영화가 되기도 하고, ‘돗돔과 낚시꾼의 운명의 대결’을 다룬 제주판 ‘노인과 바다’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애초부터 배우도, 이야기도 중요치 않다. 영화의 꿈을 이루는 것만이 중요할 뿐. 


‘에일리언 비키니’는 액션과 스틸러, 슈퍼히어로, 외계SF, 에로물이‘ 짬뽕’된 코미디영화다.

‘뽕똘’이 영화에 대한 열정을 담은 작품이라면 ‘어이그, 저 귓것’은 어엿한 음악영화다. 제목의 의미는 ‘아이구, 저 바보같은 것’이라는 타박이다. ‘귓것’은 ‘귀신이나 잡아갈 놈’이라는 뜻이다. 한심한 네 남자가 주인공이다. 술만 먹으면 아무데서나 누워자는 노인(문석범), 귀향한 퇴물가수 ‘용필’(양정원), 생업과 처자식은 뒤로 한 채 노래부르겠다고 나선 철부지 중년(이경준), 댄서의 꿈을 꾸는 청년(김대영) 등 ‘오합지졸’의 소동극이다.

2편 모두 음악이 훌륭하지만, 그 중에서도 ‘어이그, 저 귓것’은 출중하다. 실제 제주의 소리꾼인 문석범이 부르는 민요나 제주어로 노래하는 포크 뮤지션 양정원의 창작곡은 관객의 귀를 끌어당기기에 충분하다. 유머와 음악이 묘한 중독성을 불러일으킨다. ‘관광지’ 제주도가 아닌 오랜 삶이 흔적을 남긴 민낯의 섬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이 영화만의 매력이다.

▶ ‘불순한 상상력’의 난장…SF ‘에일리언 비키니’ = ‘에일리언 비키니’는 액션과 스틸러, 슈퍼히어로, 외계SF, 에로물이 ‘짬뽕’된 코미디영화다. “내가 지구를 지킨다”며 밤마다 불량배 퇴치에 힘을 쏟는 바른생활청년 영건(홍영근)은 어느날 깡패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젊은 여인 모니카(하은정)를 격투 끝에 구출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그런데 알고 보니 모니카는 종족번식을 위해 지구에 급파된 에일리언(외계인)으로 이날 밤 지구인의 정자를 얻어 수정을 해야 하는 상황. 국가비밀조직인 ‘외계생명연구소’가 뒤를 쫓는 가운데 ‘순결서약’을 지키려는 영건과 남자를 범해야 하는 젊은 여인 간 한판 승부가 펼쳐진다. 제21회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도 공식 초청됐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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