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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넘치는데… ‘닥본사’는 없다?
다시 주말을 목 빼고 기다리는 주초다. 직장인의 지루한 평일을 주중 드라마가 지켜준 때가 있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밤 10시 황금시간엔 방송 3사가 모두 화려한 캐스팅 혹은 블록버스터급 스케일을 자랑하는 주간 드라마를 편성했다. 출근 후 커피타임 때나 점심식사 중에 전날 본 드라마 얘기로 꽃을 피우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이젠 피곤하지 않느냐’는 자조섞인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리얼 버라이어티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여전히 ‘대세’다. 드라마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란 뜻의 인터넷 신조어)’는 이미 옛말이고, 시청자들은 ‘예능 폐인(마니아 급으로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팬을 지칭)’은 될지언정 드라마 폐인은 되지 않는다. 방송 3사를 통틀어 주중 드라마는 30%대는 커녕, 최근엔 20%를 넘는 경우도 찾기 힘들다. 


▶드라마, 일단 너무 많아=수요는 한정적인데 공급이 너무 많다. 케이블 자체제작이나 재방송 부분을 제외하고 지상파 3사가 일주일간 방영하는 드라마는 총 21개. 동시간대 경쟁이 아니더라도 골라볼 게 많으니 자연스레 시청률은 떨어진다. 더군다나 요즘엔 초반 시청률 경쟁에서 밀리면, 소모적인 맞불작전은 피하는 추세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다른 시간대 편성을 선호한다. 득이 없는 싸움에 제작비를 낭비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이른바 ‘대박’ 드라마가 등장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종편 앞두고, 숨 고르기?= 종합편성 채널이 본격적으로 문을 열면 드라마와 예능에서의 경쟁이 더욱 심화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종편 개막을 앞두고 기존 방송사들이 당분간 제작비가 많이 드는 양질의 콘텐츠를 기피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만제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원은 “방송사들이 종편 이후의 경쟁에 대비, 현재 제작비 투입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최근 킬러콘텐츠의 실종 원인을 지적했다. 실험적이거나 블록버스터급의 드라마들이 사라지고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위주의 드라마가 주를 이루는 것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에 있다.

이 연구원은 또 “70분 넘게 늘어지는 드라마 길이가 재미를 반감시켜 시청률 저하에 한 원인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예능=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아직도 봇물처럼 쏟아진다. 시청자들은 현실에 존재하는 타인의 인생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을 즐긴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고 말한다. 시청 패턴이 새로워진 것이다. 예능이 드라마보다 우위를 점하는 시대다. 실제 인물이 등장하는 ‘진짜 드라마’를 두고 거짓말인 게 뻔한 황당한 스토리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이 같은 국내 드라마 시장의 전체 흐름이 일본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은 현재 드라마 시청률이 10% 안팎이며, 국내 드라마도 최근엔 10%대 중ㆍ후반이면 ‘대박’에 가깝다. 


▶다양한 모바일 시청도 한 몫=주중 드라마의 시청률 저조현상을 단순히 오프라인 시청률만 보고 일반화시킬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이만제 한국콘텐츠협회 연구원은 “인터넷, 모바일 등으로 시청통로가 분산된 것이 오프라인 시청률 저하에 가장 큰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온ㆍ오프라인 드라마 인기의 온도차가 나타나는 이유다.

일례로 ‘미남이시네요’ 나 ‘성균관 스캔들’ 등 5~10%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보였던 청춘물들이 실제로 인터넷 상에선 늘 이슈가 됐고, 전체 드라마 트렌드를 이끌었다. 인터넷 다시보기나 DMBㆍ앱을 통한 모바일 시청까지 드라마 인기에 반영해야 정확한 흐름을 읽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동미 기자@Michan0821>
/ 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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