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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난으로 보이니? 장난 아니야.’…우쿨렐레와 하모니카의 화려한 외출
우쿨렐레와 하모니카는 얼핏 보기에 참 사소해 보이는 악기다. 그래서, 장난감 같다고? 장난 아니다. ‘섬집아기’나 ‘학교종이 땡땡땡’ 말고 뭘 칠 수 있냐니. 간단한 동요부터 피아졸라의 탱고, 쇼팽의 피아노곡이나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까지 다 연주할 수 있다. 더구나 여름에 딱이다. 배낭에 쏙 넣어 산으로 바다로 다니며 즐길 수 있는 작은 오케스트라다. 아이팟을 끄자. 무거운 기타는 내려놓자. 지금이 이 사소한 악기의 계절이다.


지난 4일 밤, 서교동에 위치한 한 건물 2층. 청아한 소리가 들려온다. 한국밤벨음악연구소. 이곳 강습실엔 우쿨렐레 악단 ‘유케스트라’ 단원 30여명이 들어차 열흘 앞으로 다가온 공연 준비에 한창이었다. 레퍼토리는 영화 ‘대부’의 장중한 테마곡. 수십 대의 우쿨렐레가 화음과 멜로디를 분산해 연주하는 장면이 장관이다.

“어딘지 알겠죠? 전 페이지 D7 나오는데, 알레그레토.” 격정적인 트레몰로(음이나 화음을 빠른 속도로 떨리는 듯 되풀이하는 연주법)가 피날레를 장식하자 지휘하던 한국밤벨음악연구소장 김창수(한국우쿨렐레음악협회장) 씨가 땀을 닦으며 일어선다.


                                                                                   [사진=이상섭 기자 bqbtong@heraldcorp.com]

▶우쿨렐레, 이거 기타 뺨친다=서울대 음대를 나와 인도음악을 파고든 김 소장은 국내 우쿨렐레 보급의 첨병 역할을 했다.

“각국의 악기 1000여 종을 다뤄봤는데 음악 저변을 넓히는 데 이보다 좋은 악기가 없더군요. 우리나라에선 최근 매년 10~15%씩 우쿨렐레 인구가 늘고 있어요. 요즘은 수강생 앉힐 자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이날 모인 악단원은 학생부터 직장인, 공익근무요원까지 다양했다. 기타를 배우다 너무 어려워 포기한 이들이 주로 찾아오는데 우쿨렐레는 금방 배워낸다고.

장난감 기타같지만 연주영역은 기타 뺨친다. 유튜브에서 제이크 시마부쿠로가 연주한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검색해보자. 화음과 멜로디, 리듬까지 오가며 펼치는 놀라운 연주를 보면 엄청난 표현력에 놀라게 된다(그는 오는 13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첫 내한공연을 연다).

그래도 우쿨렐레의 최대 장점은 배우기 쉽다는 거다. 작고 가벼운데다 네 줄만 잘 제어하면 된다. 손가락 한두 개 짚는 것만으로도 코드 연주가 된다. 말 그대로 ‘삼척동자’도 칠 수 있다. ‘유케스트라’의 최연소 단원은 허준원(12ㆍ우이초 5) 군.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무대에 올랐단다.

“기타를 세 달쯤 배웠는데 너무 어려워서 한 곡도 못 치고 포기했어요. 우쿨렐레는 쉽고 재미있어 마음에 들어요. 요즘 우쿨렐레 연주자가 될까, 농구선수가 될까 정말 고민이에요.”


                                                                                                                  [사진=뮤직앤아트컴퍼니]

▶하모니카, 이걸로 세계 제패할 수 있다=15㎝ 크기의 작은 하모니카로 세계를 제패한 이가 있다. 국내 최초 하모니카 전공자(경희대 음악대학 포스트모던음악과 졸업)인 박종성(24) 씨. 그는 2009년 세계대회 우승에 이어 얼마전 제31회 ‘전일본하모니카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박 씨는 하모니카에 대해 “접하기 쉽고 처음 불기 쉬운 건 사실이지만, 수준이 낮은 악기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다른 관악기에 비해 폐활량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 수월하지만, 연주자의 기량에 따라 클래식, 재즈, 블루스 등도 소화할 수 있다.

하모니카는 재질, 음역대, 음색, 연주방법 등에 따라 150가지의 연주 스타일이 존재한다. 크게 블루스, 트레몰로, 크로매틱 하모니카 등 3가지로 분류된다.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트레몰로 하모니카다. 울림이 좋고, 반주를 넣어가며 연주할 수 있어 독주용으로 딱이다. 서정적인 음색이 우리 정서에 잘 맞는다.

크로매틱 하모니카에는 버튼이 달려 있다. 이걸 누르면 반음이 내려간다. 속주할 때 유용하다. 음색이 다양해 클래식부터 국악까지 고루 활용된다.

블루스 하모니카는 음색이 억세고 투박해 재즈와 블루스에 제격이다.

국내엔 하모니시스트(하모니카 연주자)가 극소수지만, 해외엔 적지 않다. 박 씨는 노르웨이 출신의 지그문트 그로븐을 추천했다. “특히 ‘노르웨이 숲으로 가다’ 앨범은 음색이 너무 아름다운 음반”이라고 했다.

하모니카를 잘 불려면 힘을 빼야 한다. 박 씨는 “기계 다루듯 힘줘서 불지 말고, 편하게 숨쉬듯이 연주하면 충분히 예쁜 소리를 낼 수 있다”며 “마치 옆사람과 이야기하듯 연주하는 것이 비법”이라고 전했다.


임희윤ㆍ조민선 기자/imi@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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