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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마철 건설사들 ‘야속한 비’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신혼의 직장인 이모(33) 씨는 최근 한바탕 물난리를 겪었다. 장맛비가 한창이던 이달 중순께 퇴근 뒤에 집에 돌아와보니 거실 한구석에 빗물이 고여 거실 장식장과 러그 등이 흥건하게 젖어있었던 것. 입주한 지 채 3년도 지나지 않은 아파트가 비가 새냐고 관리사무소에 따져 물었지만, 전에도 그런 일이 적잖이 있었던 듯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바로 보수해주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올들어 장마기간이 길었던 데다 곳에 따라서는 갑작스레 폭우가 쏟아지는 등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던 탓에 최근 아파트를 공급했던 건설사들도 긴장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실제 서울 구로구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는 입주자 협의회에서 누수 문제 관련 소송 움직임을 벌이자 하자 보수 끝에 준공을 늦췄는가 하면, 인천 송도신도시에선 누수 현상이 조작됐다며 건설사가 입주예정자를 고소하는 사례를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해 건설사들은 “설계나 시공상 특이 문제는 없다”며 한결같은 주장을 내놓는다. 설령 물이 고이거나 했어도 ‘누수’라고 인정하기보다는 물방울이 맺혀 흐른 ‘결로’ 현상으로 보는 게 맞다는 것. A건설 관계자는 “입주하기 전부터 확인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드물게나마 빗물이 샌다는 민원이 접수되기도 한다”며 “보통 간단한 보수로 해결되는 것들로 최근 공법으로 지어진 아파트들의 경우 설계ㆍ시공상 심각한 하자가 있는 일은 극히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비오는 날 먼하늘만 바라보며 넋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 예보가 있으면 상시 대응할 수 있는 비상 체제가 가동된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장마철에 앞서 입주 1~5년차 현장을 중심으로 AS 관리 대상을 지정해 현장 관계자 비상연락망을 갖추는 등 수방대책을 세우고 있다”며 “해당 현장 인근에 거주하는 이들로 순회ㆍ기동반을 꾸리고, 상주 기능인력은 축대나 옥상, 맨홀 등 피해우려가 있는 곳을 점검해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삼성건설 관계자는 “누수의 원인은 다양한 경로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민원이 접수되면 현장 상황파악과 동시 본사의 기술연구센터 전문인력이 파견돼 근본 원인을 파악하는 등 현장과 본사가 유기적인 대응에 나서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 건설사들이 시공시엔 과거 곰팡이가 쉽게 생겼던 수성페인트 대신 SMC판넬 등 결로가 생겨도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외장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과 같은 폭우시엔 불가항력을 호소하기도 한다. 특히 소비자들이 발코니를 확장해 넓은 주거공간을 확보하는 평면형을 선호함에 따라 건설사들도 대부분 그 경향을 따르고 있지만 여름철 누수 민원은 이런 평면형 입주자들이 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B건설 관계자는 “과거 발코니가 있을 경우 빗물이 들이쳐도 배수할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거실과 직접 창문이 맞닿을 경우 어느 정도의 결로가 있을 수 있다”며 “외부 콕킹이나 단열을 보강할 수 있는 마감재에 더욱 신경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분양 실적만도 부담스러운 상황에 긴 장마는 건설사들에 큰 짐일 수밖에 없다.

<백웅기 기자 @jpack61> kgu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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