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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관 꿈꾸던 소녀, 형사만 19년 ‘강철여인’으로…
마포경찰서에서 강남경찰서 강력계장으로 자리를 옮긴 박미옥(43ㆍ여) 경감의 사무실 탁자 위에는 화분 하나가 놓여 있다. 의사 남편의 만삭 부인 살해 사건을 담당했던 마포서 근무 당시 피해자 아버지가 보내온 축하 화분이다. 사건을 담당하면서 피해자 부모와 자주 만나다보니 서로 깊은 정이 들었다. 강남서로 옮겨오는 날에도 피해자 어머니는 전화상으로 아쉬움의 눈물을 보였다.

강남권 경찰서 형사과에 대한 대대적인 인적쇄신이 단행되면서 강남경찰서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강력계장이 탄생했다. 그 주인공이 바로 박 경감이다.

바른생활맨의 전형이던 경찰관을 동경하며 집에는 학력고사 치러 간다고 얘기해 놓고 여경 모집 정보를 구하러 다니던 19살 소녀는 이제 경찰생활 23년의 베테랑이 됐다. 원리원칙에 충실하고 시민들에게 봉사하는 모습에 반해서 시작한 경찰 생활이지만 자신도 이렇게 형사과에서 잔뼈가 굵은 줄은 몰랐다. 순경으로 시작한 23년 경찰생활 중 19년이나 형사과에서 일을 하면서 화려한 경력을 쌓으며 ‘강철여인’으로 알려지면서 남자 경찰도 혀를 내두른다. 2000년 여성 최초 강력반장, 서울경찰청 여자기동수사대 반장 등 각종 1호 타이틀도 갖고 있다.

박 경감도 처음부터 형사과를 지망했던 것은 아니다. 고참선배가 지나가는 말로 “형사과 지원 한번 안 해 볼래?”라며 권유한 것이 지금의 박 경감을 만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형사생활이지만, 박 경감은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충분히 활용한다. 지난 사건에 대한 내용을 줄줄 꿰고 있을 뿐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도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치밀함을 보여왔다.

이번 강남서로 인사발령이 나면서도 기르던 머리를 짧게 자른 박 경감은 연신 “다시 신발끈을 묶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 경감은 “간부급 직책이라는 것이 의자에서 몸을 뒤로 젖히게 한다”며 “24시간 상황이 돌아가는 ‘사건 1번지’에 와 보니 새로운 의욕이 넘친다”고 말했다.

고참형사들이 많이 빠져 일선에서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박 경감은 긍정적이었다. “젊은 형사들의 지원서를 봤더니 형사가 되고 싶어 경찰이 됐다고 하더라. 힘든 병과지만 이렇게 지원하는 후배들이 있고 열의가 있는 걸 확인했다”며 “기존 인력과 신규 인력이 잘 조화되도록 팀이 구성돼 있어 업무수행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경감은 이번 인사 배경으로 제기됐던 강남권 경찰 비위 의혹은 원칙대로 정공법으로 헤쳐갈 생각이다. “형사가 사건을 수사하고 위법사항을 밝혀내 범인을 처벌하는데만 신경 쓰면 될 것”이라며 “사실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도 부담스럽다. 나에게 주어진 임무에 충실할 뿐이고, 직원들도 그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내 역할일 것 같다”고 말했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강남경찰서 신임 강력계장의 포부는 옹골져 보였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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