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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의 氣 가득..최홍순의 표현주의적 회화

강렬하고 다양한 원색의 선과 면들이 화폭 위에서 춤을 춘다. 초원, 그리고 야트막한 산 등성이엔 이름 모를 꽃과 새, 작은 방패연들이 자유롭게 자리잡고 흥겨운 합창을 들려준다.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뛰어넘는 화면엔 자연의 에너지가 충만하다

’한국적 표현주의’를 꾸준히 실험하고 있는 작가 최홍순(67)의 그림들이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완숙한 조형의 세계를 보여주는 최 화백이 서울 관훈동 백송갤러리(대표 송영희)에서 오는 29일부터 개인전을 연다.

이번 개인전은 서정적인 세계와 조형적 틀안에서 머물던 종전 작품들과는 확연히 달라진 세계를 보여준다. 자연에서 모티프를 따온 각종 상징적 형태들이 화면을 즐겁고도 자연스럽게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명의 노래’ 연작은 숨길 수 없는 감흥이 캔버스 가득 넘실대며 다이내믹한 기운을 선사한다. 상징과 은유가 화폭에 가득한 것.


초원에서


초원에서
“자연의 생명체에는 모두 정령이 있다”는 최화백은 근래 수년동안 천착해온 “우주는 생명으로 가득 찬 세계”라는 형이상학적인 세계관을 회화를 통해 드러낸다. 작가는 또 과거 기억 속 흔적들도 화폭에 버무려낸다. 달맞이, 축일, 연등 연작을 통해 어린시절 추억들을 재구성하는 것.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둥근 달과 사각의 방패연은 아련한 추억에서 건져올린 자신의 내밀한 스토리다.

최홍순의 그림에선 형태가 알듯 모를듯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오히려 더 자연에 존재하는 갖가지 생명체들의 원초적인 울림이 잘 들리는 듯하다.

1970년 서울대 미대 회화과를 졸업한 최홍순은 선화예고 교사로 활동하다 퇴임한 후 더욱 작업에 열정을 보이고 있다. 남양주 덕소의 아파트에서 오후 3시까지 햇빛을 즐기며 작업한 후, 서울 둔촌동 작업실로 자리를 옮겨 늦도록 그림을 그린다.


 

정오에

미술평론가 신현식 씨는 “최홍순의 작품은 현대인들에게 생명의 약동과 대자연의 경이로움 앞에 나의 존재를 망각토록 함으로써 타자로서의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고 평했다.

이번이 8번째 개인전인 작가는 “이제 구태여 추상, 구상을 구분할 필요를 못 느낀다”며 자연이 이끄는대로 붓을 따라가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생생하게 변화하는 순간들을 담아낼 뿐이라고 전했다. 자연의 삼라만상, 그 속 생명의 찬란함을 예찬하는 이번 전시에는 정오의 산사, 초원에서, 정오에, 옹담샘 등 대작을 포함해 모두 30여점이 출품됐다. 전시는 7월 5일까지. (02)730-5824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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