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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기타 놓으라고 다들 말렸지만...이제 빛을 보네요"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 무대 앞에 주저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스무 살 신인 장재인에게 기타는 어떤 존재일까? “별 의미 없다. 음악 같이 하는 애?” 그래놓고 덧붙였다. “기타를 잡으면 기분이 포근하다. 나무 냄새 나고. 그리운 녀석이다. 지금이 3번째 기타다.”

장재인이 5곡이 실린 미니음반을 내놨다. 자신의 노래를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보인 것이다. 모두 직접 작사 작곡했다. 지난해 작곡해둔 ‘I LOVE PAUL’을 제외하면 모두 올해 작곡했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불러 악보 보는 게 익숙해 작곡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시절 전남 곡성과 장성 등 호남지방의 시골에서 살아 밤만 되면 깜깜했던 그때의 기억이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가사에는 그때의 감성이 적지 않게 묻어 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삶이 평탄하지는 못했다. 인사 제대로 안 한다고 선배에게 맞았던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고교 1학년 때 자퇴한 후 이듬해 음악을 하기 위해 서울에 올라왔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음악은 편협했고 자신이 설 자리는 없었다.

“당시 통기타를 놓으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신념이 있었다. 모든 게 돌고 돈다. 미국도 주류에 기타음악이 크게 들어와 있다. 우리도 80년대만 해도 통기타가 메인이었다. 5~10년 후에는 한국음악도 기타가 중요해질 거라고 믿었는데, 조금씩 그렇게 돼가는 것 같다.”

앨범 타이틀이 ‘데이 브레이커(Day Breaker)’다. 그는 “일상에서 깨어나자는 뜻이다. 일상의 권태에서 탈출한다는 통일된 스토리가 있다”면서 “그런데 생각보다 가사에 집중해주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획일화를 강요하고 다름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현실을 장난감 병정으로 비유한 타이틀곡 ‘장난감 병정들’은 예기치 않게 병정복을 입고 노래를 불렀던 애프터스쿨을 공격했다는 오해를 받았다. 이에 대해 장재인은 “획일화하고 소외되는 현대인을 노래로 표현한 것일 뿐이며 개성을 존중하자는 바람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91년생의 어린 나이지만 4년간이나 홍대에서 활동을 했다. 거리공연과 클럽 활동으로 얻은 것도 많았다. 관객과의 소통을 배웠고, 연습과 도전정신을 익히고, 노래로 메시지를 전하자는 생각도 하게 됐다. 노래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가사가 중요하다는 사실도 절감했다.

홍대에서 활동할 때는 혼자 고시원에서 생활했다. 클럽 무대에 올랐지만 출연료는 없었다. 그래서 패스트푸드점, 뷔페식당 등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했다. 그때에 비하면 CF까지 찍었으니 사정은 훨씬 나아졌다. 대출받은 대학 학자금을 갚았고 집도 좋아졌다. 최근엔 어쿠스틱 피아노를 장만하기도 했다.

“악기 살 돈도 생겨 좋지만 없을 때의 행복도 있다. 그때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돌아갈 수 있다. 제가 초기 작곡한 노래들은 거의 가난하고 외로운 상황이지만 결국은 나아지겠지 하는 낙천적 감성에서 나왔다.”

장재인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부른 이문세의 노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은 소위 ‘대박’을 쳤다. 장재인 식의 재해석이 가미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작 그는 “내 것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대가를 따라 할 능력이 안된다”고 말했다.

장재인은 요즘 의무감과 책임감을 느낀다고도 했다.‘슈퍼스타K2’를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은 만큼 한쪽으로 쏠려 있는 음악을 다양하게 만드는 데 일조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일본만 해도 다양한 음악이 나오고 있다. 댄스음악과 아이돌,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집중된 음악이 다양화해야 한다.” 다양한 감성을 키우기 위해 다큐멘터리와 역사, 철학, 소설을 자주 접하고 있다. “표 안 나게 사람을 사로잡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장재인은 자신의 음악적 특성을 가장 잘 알고, 그것을 노래로 풀어낼 수 있는 곳이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김형석 사무실뿐이라고 했다. 그만큼 대학 스승이자 대선배 작곡가인 김형석에 대한 믿음이 강했다. 그는 설 무대가 있고 그곳에 사람이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했다. 노래가 크게 히트하지 못해도 절대 사라지지 않을 가수라는 점이 장재인과 2시간여 대화를 통해 느낀 점이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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