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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지연, 생계형 뮤지컬배우에서 ‘임재범의 그녀’
큰북 연주에 ‘추임새’처럼 단 몇 소절로 흘러나온 코러스였지만, 후광은 눈이 부실 만큼 빛났다. MBC ‘나는 가수다’에서 임재범이 ‘빈잔’을 부르는 동안 카메라가 고정된 순간은 수 초. 짧았지만 강렬했던 이 무대는 ‘생계형 뮤지컬 배우’ 차지연(29)에게 가수의 꿈을 이어준 기회가 됐다. 무명시절 차지연의 재능을 처음 눈여겨본 하광훈이 “때를 기다리면,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이라던 말대로 데뷔곡 ‘그대는 어디에(임재범 작곡, 작사)’는 발표하자마자 주요 음원사이트와 뮤직비디오 차트 1위를 휩쓸면서 임재범과 함께 가요계에서 신드롬을 일으키는 주인공이 됐다. 슬픈 블루노트에 한국적인 감성이 극적이고 신비로움을 만들어 내는 목소리는 단번에 청중을 사로잡았다.

서울 광화문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차지연은 “편곡을 맡은 (하광훈)선생님이 임재범 선배님이 ‘골 때리는’ 곡을 부르게 됐는데 여자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해서 녹화 전날 연습해 바로 무대에 올랐다”면서 “뮤지컬 ‘엄마를 부탁해’ 공연 중이었기 때문에 방송 앞 부분만 봤는데, 무대에서 내려오니 휴대폰에 문자가 폭주해 반응이 좋았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임재범의 그녀’라는 별명과, 쏟아지는 관심에 낯설어 했다.

화제작 ‘서편제’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차지연은 5년전 뮤지컬 무대에서도 주목받는 재목이었다. 데뷔작인 ‘라이언킹’ 오디션에서 만난 아사리 게이트 시키극단 회장은 “아시아의 금별이 될 것”이라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첫 발을 떼자마자 주역을 따내는 행운이 따랐지만 사실 차지연에겐 고통스러울 만큼 힘든 시기였다. 가족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가 남겨놓은 감당못할 빚과 병석에 누워있는 어머니와 어린 여동생을 돌봐야 했기 때문이다. 은행이든 카페든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월수 70만원이 채 안됐다. 뮤지컬배우가 되면 월급 130만원은 받을 수 있다는 동기의 말에 가수의 꿈을 미루고 무조건 진로를 바꿨다. 


차지연은 “입시생을 상대로 보컬 레슨을 해주다 뒤늦게 대학에 들어갔지만 학자금 대출조차 받을 수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에 공부를 누구보다 열심히 해야 했다. 전액 장학금을 탔지만, 결국 학업을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라이언킹’ 출연중 에는 월세를 못내게 돼 결국 길바닥에 살림이 내동댕이쳐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출연료를 앞당겨 받았지만 월급은 나오는대로 차압이 들어왔다. 작품을 계약하면서 가불해달라고 사정하는 게 급선무였고, 빚을 갚기 위해 많은 작품에 출연해야 했다.”며 신인 시절을 돌이켰다. 다행이 3대째 음악을 해온 집안에서 자란 차지연은 타고난 재능을 인정받아 오디션에서 호평을 얻어냈고, 많은 작품을 할 수 있었다. 

인간문화재인 송원 박오용 선생이 외할아버지였던 덕에 3살때부터 국악을 배웠다. 어머니 박미선씨는 통기타 가수 출신이다. 어머니는 큰 수술 후, 공연장을 직접 찾아올 만큼 건강을 많이 회복했다. 이제 겨우 서울 상도동에 전세를 얻어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살게 됐다는 그는 “ ‘엄마를 부탁해’ 공연중에는 엄마 생각이 나서 마지막 곡을 부를 때마다 눈물을 펑펑 흘린다.”면서 “다치고 아팠던 경험들이 노래에 우러나오는 것같다. 노래를 하면서 치유되는 느낌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위로가 되는 노래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경희 선임기자/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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