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정교해진 檢의 칼날-전ㆍ현 정권 고위직 동시 수사
은진수(50·구속) 전 감사원 감사위원·김종창(63) 전 금융감독원장에 이어 김광수(54) 금융정보분석원장ㆍ정선태(55)법제처장까지…. 의외의 고위 인사들이 부산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의혹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사건의 파장이 정치권과 정부를 패닉으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달 31일 은 전 위원 구속 이후, 검찰은 자고 나면 새로운 인물에 광속으로 칼 끝을 겨누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은 이번 사태를 정국 주도권 장악을 위한 정치 쟁점으로 삼고 있는 와중에 임기 2개월여를 남긴 김준규 검찰총장은 좌고우면없이 전·현 정권 인사들을 동시에 정조준해 존재감을 각인시키겠다는 기세다. 

다만, 역풍 차단을 위해 비리 연루 정황이 확실하게 포착된 인사들에게만 정교하게 칼 날을 들이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檢 “확실하지 않은데 하겠나”=2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김광수 원장은 정통 금융 관료로서 이번 부산저축은행 사태에 연루된 첫 번째 금융위원회 인사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그간 금융위는 금감원과 달리 저축은행 관계자를 직접 접촉하지 않고 정책 결정만 한다는 이유로 비리 의혹에서 한 발짝 비켜 있었다. 특히 김 원장은 김석동 현 금융위원장의 ‘오른팔’로서 경제부처 요직을 두루 거친 엘리트라 전혀 의외의 인물이 걸려들었다는 반응이다. 

김 원장은 그러나 2008년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을 역임할 때 부산저축은행의 대전저축은행 인수 절차에 편의를 봐주는 대가 등으로 수천만원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다. 

전날 김 원장의 집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검찰은 “김 원장 개인을 보고 들어간 것”이라며 “확실하지 않은데 (압수수색을) 하겠냐”고 했다.

은 전 위원을 구속시킬 때 보여준 검찰의 신속함이 눈여겨 볼 대목이다. 부산저축은행의 브로커 윤여성(56·구속기소)씨로부터 “은씨에게 7000만원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한 검찰은 지난달 29일 전격소환, 다음날 새벽 체포한 뒤 31일 구속했다. 일사천리지만 정교했다. 

은 전 위원은 대가성은 부인했지만,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검찰 수사가 ‘확실한 진술 확보→증거수집→혐의 확정→신병확보’의 치밀하게 이뤄진다는 방증이다. 이에 따라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1000만원~수천만원의 돈을 받은 의혹에 휩싸인 김종창 전 원장, 정선태 법제처장 등도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상황이라 검찰이 이들을 소환하는 시점과 향후 수사 강도가 주목된다. 검찰 관계자는 “정선태 처장 관련 의혹은 확실하게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先 과거 정부 인사-後 현 정부 관계자’ 타깃 삼을 듯=이제까지 구속되거나 검찰 조사가 진행될 인물들의 특징은 은진수 전 위원을 제외하면 지난 참여정부에서 저축은행 관련 정책 결정·지휘 감독을 하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이다. 

김광수 원장은 2006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과 재정경제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일할 때 저축은행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데 역할을 했다.

지난 정부 시절인 2008년 3월 금감원장이 된 김종창 전 원장도 지난해 진행된 감사원의 저축은행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와 이에 따른 금감원 직원 징계에 불만을 품고 당시 김황식 감사원장과 면담 신청했으나 거절당하는 등 저축은행을 위해 로비를 한 게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일단 조사 대상은 지난 정부에서 저축은행 관련 정책과 감독을 맡은 인사에 맞춰진 셈이다. 앞서 구속된 부산저축은행의 2대주주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도 참여정부 인사들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그의 입에도 관심이 쏠려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의 불똥은 현 정권 관계자에게도 튈 수 있다. 일단, 부산저축은행 퇴출 저지를 위해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전화를 거는 등 구명활동을 펼친 박종록 변호사에게도 검찰은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울러 불법대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이 지난 3월 이 은행이 우리금융지주에 인수되기 직전 유력 정치인을 두루 만났다는 사실을 검찰이 확인 중이라는 것도 여권 관계자와 청와대엔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홍성원 기자@sw927> hong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