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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세기 신데렐라 ‘미들턴 룩’
영국 왕자비 케이트 미들턴

화려하지만 튀지 않고, 절제돼 있지만 막혀있지 않은





공효진 스커트를 입고, 김태희 머리띠를 한다. 김연아 빅백엔 하지원 헤드폰을 담는다. 별 셋, 별 넷 달린 구입후기를 좇아 클릭품을 팔다 보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는 이미 내가 아니다. 숨쉴 겨를도 없이 유명인들의 인기 아이템들이 쏟아져나온다. 어차피 하늘 아래 새것 없는 세상. 스타일만 난다면야 이것 저것 따질 게 뭐 있냐 싶다.

요즘 가장 ‘핫’한 ‘워너비’ 패셔니스타는 얼마 전 세기의 결혼식을 올린 케이트 미들턴(본명 캐서린 엘리자베스 미들턴). 그녀의 패션은 특별하다. 화려하나 화려하지 않으며, 절제돼 있으나 막혀 있지 않다.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는 김태희 머리띠나 하지원 헤드폰과도 다르다. ‘빙의’ 수준으로 흉내내도 아무도 당신이 미들턴을 따라 했다고 눈치채지 못한다. 미들턴은 레이디라이크 룩(Ladylike look)의 정점이다. 쉽게 풀어 ‘청담동 며느리 룩’의 종결자다.



▶Ladylike look: 우아하되, 보수적이지 않다=한동안 패션계를 지배했던 시크한 스트리트적 감성이 올 봄·여름엔 한층 우아해졌다. 여성스럽지만 진부하지 않고 캐주얼하게 표현한 것이 바로 레이디라이크 룩.

이러한 흐름을 미들턴은 잘 따랐다. 여기에 70년대 패션을 재조명하는 스타일링으로 ‘포스트 다이애나’라는 칭송을 받으며 뉴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온라인 브랜드 패션몰 아이스타일24 마케팅팀 김수희 과장은 “미들턴의 패션은 기본적으로 클래식 캐주얼을 기반으로 한다”며 “고급스럽지만 지나치지 않아 우아하고 세련되다”고 평가한다. 


미들턴이 가장 자주 입는 스타일은 늘씬한 보디라인이 드러나는 원피스. 기장은 보통 무릎선까지 내려오는 니렝스(knee-length). 그 위에 날렵하게 테일러드된 상의를 매치한다. 심플한 정장 스타일의 기본이다.

재킷은 주로 네이비블랙 등 톤다운되거나 화이트 등 모노톤을 즐기고, 안에 매치하는 원피스는 비비드한 블루나 레드 혹은 프린트가 있는 페미닌한 디자인을 선택한다.

타미 힐피거 마케팅팀 이정미 대리는 이 같은 스타일링에 대해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여성미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라고 전한다.



▶미들턴 룩, 3가지 포인트는=미들턴은 신분에 걸맞게 공식석상에선 영국 황실의 상징색인 로열블루를 즐겨입는다. 윌리엄 왕자로부터 청혼을 받았던 케냐 여행에서 돌아온 직후 입었던 비비드한 블루컬러의 원피스가 대표적인 예.

또 결혼식 발표 때는 톤다운된 네이비 원피스를 입었는데, 이것 역시 황실의 컬러인 블루의 연장선상에 있다. 블루가 아니더라도 레드나 카멜베이지 등을 활용해 절제된 컬러코디네이션을 보여준다. 또, 그녀는 178cm의 늘씬한 몸매를 살려주는 간결한 디자인을 선호한다. 보디라인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실루엣의 피트되는 원피스도 미들턴의 트레이드 마크. 특히 긴 목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브이 네크라인이 많고 깔끔한 블랙 하이힐에 클러치나 모자로 포인트를 준다.

미들턴 룩에서 또 주목해야 하는 것은 가장 영국적인 것을 현대적으로 소화해내는 감각이다. 미들턴은 지난 3월 북아일랜드 방문 때 클래식한 트렌치코트를 입어 또다시 수많은 패션피플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헤지스 레이디스 디자인실 김유빈 실장은 “영국을 대표하는 아이템으로 깔끔하게 떨어지는 라인이 단정한 것은 물론 군복에서 유래된 옷답게 진취적이고 강인한 여성성까지 표현해준다”고 전한다.

미들턴은 더블버튼 장식의 가장 베이직한 디자인을 선호하는데,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디자인을 러플 장식이나 허리선부터 퍼지는 A라인을 선택해 커버한다. 특히 다른 액세서리는 거의 배제해 트렌치코트 고유의 멋스러움이 최대한 드러나도록 한 것의 그녀의 스타일링 포인트다.



▶그녀만의 특별한 믹스앤매치=절제된 컬러, 보디라인이 살아 있는 실루엣, 그리고 영국적인 트렌치코트. 미들턴 룩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필수 키워드다. 하지만 그녀의 패션이 보다 특별해지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평범함에 있다.

그녀는 공식석상에선 버버리나 멀버리 등의 럭셔리 브랜드를 주로 선보이지만 평상시에는 ‘칩-시크’(Cheap-chic) 로 정의되는 대중적인 스타일을 연출한다. 


영국 대중 브랜드 톱숍(TOPSHOP)과 미셸 오바마도 즐겨입는 SPA 브랜드 H&M 등 저렴한 브랜드의 저지 원피스를 애용, 기존 왕족들과는 달리(모나코의 왕비 그레이스 켈리는 크리스찬 디오르를, 영국의 왕세자비 다이애나는 베르사체를 선호했다) 당찬 21세기 신데렐라다운 믹스매치 센스를 발휘했다.

거기에 실용적인 빅백과 편안한 플랫슈즈 등 보통의 영국 여성들도 부담 없이 즐기는 패션으로 인기를 더하고 있다.

그녀의 자신감 넘치는 ‘보통 패션’은 패션 외적인 모습과 함께 더욱 빛을 발한다. 미들턴은 결혼식 때 영국 왕실 전통인 순종서약을 거부하는 등 남다른 행보를 보이며 전 세계 여성들의 롤 모델로 급부상했다.

패션뿐만 아니라 실제 삶까지도 지적이고 세련되게 믹스매치하는 것. 그것이 미들턴 룩의 마지막 조건. 개성을 위해 개성 없는 ‘빙의’를 택해야 하는 시대. ‘미들턴 워너비’는 어떨는지.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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