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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만·김구도 경마 마니아?
모친유골 안장때 호송 인연

김구 주말마다 경마장 찾아

조선말 나귀대회가 시초

일제때 구락부만 20개 달해

2000년대 최고 전성기 맞아


5월은 100년을 헤아리는 우리나라의 서구식 경마 역사에 있어 특별한 달이다.

서구식 경마는 1898년 5월 28일 구 동대문운동장 자리인 훈련원 광장에서 개최됐던 관립 외국어학교 연합운동회의 나귀 경주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그 후 1914년 4월 조선공론사가 주최한 조선경마대회가 용산 구 연병장에서 열렸는데 이것이 대중에게 첫 선을 보인 우리나라 최초의 경마다. 조선경마대회는 10만 명의 인파가 운집할 정도의 대성황을 이뤘으나 마권발매가 배제된 축제행태였다. 개화기의 새로운 풍물로서 경마를 소개하는 수준에 머물러 붐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그 후 민간에 의해 꾸준히 개최돼 오던 경마대회는 1922년 4월, 사단법인 조선경마구락부가 설립되면서 대한민국 최초로 공식적인 경마시행 법인이 탄생한다. 같은 해 5월 20일 첫 공식 경마대회를 개최하면서 이 날을 ‘경마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이후 1923년 승마 투표 제도가 공인되고 경마가 전국으로 확산돼 1925년∼1926년에는 주요 도시에서 경마대회를 개최하지 않는 곳이 없었다. 1920년대 말에는 전국 지방도시의 경마구락부가 20여 개에 달했다.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점차 한국인 경마 팬이 늘어나기 시작해 지식인층에서도 경마에 흥미를 가지는 사람이 생겼다. 시행일수와 관람 인원도 꾸준히 증가했다.

경마문화축제에서 어린이들이 모형말을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1933년 1월 1일자로 조선경마령이 시행되면서 모든 경마는 법규에 따라 시행되고 법인 경마협회가 발족하면서 전국의 경마를 통제하게 되는데 이 때부터를 ‘공인경마시대’로 부른다. 공인 시대로 접어든 경마는 해마다 성장을 거듭해 중일전쟁 이후에는 군정(軍政)과 마정(馬政) 후광까지 입어, 1930년대 말에는 경마의 황금기를 구가했다.

민간 마사단체의 단일화를 꾀하던 조선총독부는 1942년 2월 조선마사회령을 공포하면서 종래의 경마단체를 해산시키고 그 권리 의무를 마사회가 승계하게 했다.

8ㆍ15 광복 후 조선마사회의 일본 경영진은 평소 안면이 있던 한국 승마인들에게 마사회 인수를 부탁하였고, 이들은 조선마사회 인수단을 구성해 미군정 당국의 승인을 얻게 되었다. 인수단은 회명을 한국마사회로 변경하고 인수단의 최고령자인 나명균이 초대 회장이 돼 경마시행에 들어갔다.1945년 10월 20일 당시 경마의 메카였던 신설동 경마장에서 광복 후 첫 경마가 열렸다.

광복 직후 국내 주요인사였던 이승만, 김구, 신익희, 조소앙, 최동오, 조병옥 등은 신설동 경마장을 자주 찾았다. 특히 백범 김구 선생은 주말이면 거의 빠지지 않고 경마장을 찾았다. 백범의 발길이 잦았던 것은 경마를 즐기기도 하였거니와 중국에서 타계한 모친의 유골을 1946년 국내로 모셔와 안장할 때 기수들이 기마의장대로 호송을 맡아준 데 대한 감사의 뜻이 있었다. 요인들의 경마장 방문이 늘어나자 마사회 측에서는 이승만박사상 ,백범 김구상 등 특별경주를 실시하기도 했다.

광복 후 꾸준한 성장세에 있던 한국 경마는 1950년 6ㆍ25전쟁 발발로 치명타를 입었지만 1954년 5월 8일 뚝섬경마장을 개장하면서 한국경마의 맥을 이어 갔다.

1960년대는 우리나라 경마가 처음으로 해외무대에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때다. 70년대에는 마사회의 단일운영체제가 자리잡았다.

1980년 9월 서울에서 개최된 제15회 아시아경마회의(ARC)는 국내 경마사상 초유의 행사로 한국 경마의 성장을 해외에 널리 알림과 동시에 국력의 신장을 과시한 경마계의 큰 축제였다. 경마는 90년대와 2000년대의 번영기를 맞아 말 산업 시대를 구가하게 된다.

마사회 관계자는 “말산업육성법을 디딤돌로 앞으로의 한국 경마가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최고의 국민 스포츠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임희윤 기자 @limisglue>
im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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