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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상파 그림값 美미술관이 올려놨다
고흐 작품등 천문학적 가격

부호 투자·과시수단으로…

美 미술관 기부때 세금감면

더많은 기증위해 고가 책정

회화 가격 폭등 부채질

돈-예술 밀애 생생히 기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장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그림을 꼽자면 여전히 인상파 회화가 차지한다. 세계적인 미술관들의 인기 코너도, 경매 최고가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화가도 인상파 화가들이다. 고흐의 ‘가셰 의사의 초상’ ‘해바라기’, 세잔의 ‘붉은 조끼를 입은 소년’ 등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중동 부호들의 거실에는 예외없이 인상파 그림이 걸려 있다. 소더비 상임감독을 역임한 국제 아트딜러인 필립 후크는 “부자들이 인상파 그림을 노리개로 삼는 일은 전 세계 어디서나 똑같이 벌어진다. 신흥부자들은 자기 재산을 과시하고 싶어하고 르누아르나 모네의 그림을 벽에 걸어 놓는 것만큼 부를 과시할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지적한다.

미술계의 신화가 돼 버린 마네, 모네, 르누아르, 반 고흐, 고갱….이들은 언제부터 대접을 받고 인기는 어떻게 형성된 걸까.

지난 30여년간 영향력 있는 아트딜러로 고가의 인상파 작품들을 사고파는 일을 해온 필립 후크는 ‘인상파 그림은 왜 비쌀까?’(현암사)를 통해 전 세계를 정복한 인상파 회화의 신비를 파헤친다.

저자에 따르면 인상파 회화의 인기는 미술을 상품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과 관련이 있다. 특히 대중과 화가에게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딜러의 등장이 결정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폴 뒤랑뤼엘은 그 첫자리를 차지한다. 화가를 경제상품으로 대하고 인기 정도에 따라 대우를 하는 현대의 규격화된 예술시장의 형태가 이때부터 시작된다. 대중과 화가를 중개해 주는 딜러는 새로운 예술을 해석하고 홍보함과 동시에 화가들에게는 작품 판매를 보증해주었다.

이런 딜러의 모습은 소설 속에서도 등장한다. 1881년 모파상의 ‘벨아미’에 등장하는 사업가 월써가 주인공에게 예술에 성공적으로 투자하는 비밀전략을 털어놓는 얘기는 마치 설탕이나 커피를 거래하는 걸 연상시킨다. 예술품을 낮은 가격에 샀다가 높은 가격에 되파는 예술 투자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최초의 인상주의 수집가들은 부자가 아니었다. 미술애호가 겸 평론가, 직물공장 도매상, 의사, 제빵사, 월급쟁이 공무원 등 화가와 친분이 있는 이들이었다. 인상파 그림값이 비로소 뛰기 시작한 건 1880년대 중반 상승기류를 탄 경제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인상파 회화를 수용하는 과정은 각국마다 달랐다. 현대미술의 메카로 자리잡은 미국은 가장 적극적이었다. 미국의 엘리트들은 당시 파리를 ‘보헤미안의 수도’라 상상하며 동경의 눈으로 흠모하며 파리행을 감행했다. 초기에 인상주의는 소수의 엘리트에 의해 받아들여졌는데, 그 중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진 이가 미국인 화가 매리 카샛이다. 

필라델피아 유지였던 그녀의 가족 배경 덕에 인상파 회화는 비교적 쉽게 미국에 정착했다. 건설업자였던 포터 팔머의 부인의 컬렉션은 여성인권운동자라는 유명세를 타고 더욱 유명해졌다. 숨은 보물 찾듯 갖고 싶은 그림은 갖고야 말았던 헤브마이어 부인의 컬렉션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자리잡았다. 인상주의를 처음 접한 독일인들은 정치적으로 반응했다. 보수주의자는 인상파 회화에 호의적인 사람들을 정치적 반동분자와 동일시했다. 그런가 하면 19세기 영국은 프랑스 인상파 회화에 인색했다. 그림을 모은 수집가들은 무척 독립적인 사고를 지녔고 그 수는 극히 적었다. 

1892년 2월 런던의 크리스티 경매장에 모습을 드러낸 드가의 작품 ‘압생트’는 고작 180기
니에 낙찰됐고, 입찰자들은 야유의 휘파람을 불어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인상파 회화
는 경매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환호를 받게 됐다.

그렇다면 인상파 그림은 왜 비싼 걸까. 미술시장 가격이 부풀어 오른 데는 미술관들이 한몫했다. 미국 정부는 개인소장품을 미술관에 기증할 경우, 소유권은 개인에게 주되, 세금의 30%를 공제해 주는 제도를 실시했다. 여기서 미술관이 기증한 작품의 가격을 책정하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 구매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매기는 선심을 쓴 것이다. 이는 80년대 후반 일본에서 다시 한 번 연출된다.

그림과 돈의 밀애가 파국에 달한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 역시 인상주의 회화와 연결돼 있다. 1990년대 그림시장은 거래가 가능한 훌륭한 작품들이 줄어들고 인상파 회화시장이 추락하면서 경매사는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이에 크리스티와 소더비는 비밀 결탁에 나선다. 경쟁체제 대신 수수료 비율을 고정시킨 것이다. 이런 비밀이 폭로되자 고객들의 잇단 소송이 뒤따랐다. 소더비는 파산 직전에 이르고 피노 회장은 크리스티를 사들인 가격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불하기에 이른다.

그림의 매매과정은 그림을 바라보는 시각과 욕망, 경제를 반영한다. 아트딜러의 세계를 경험자로서 샅샅이 공개한 인상파 그림시장 얘기들은 지금도 새롭게 쓰여지고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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