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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국제 자원 카르텔과 한국
국민의 정부 시절 대형 스캔들을 일으켰던 린다 김은 지난 2007년 10월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왜 무기판매 로비스트가 됐는지를 이렇게 말했다.
“세계에서 절대 안 망하는 산업 세 가지가 있다고 들었다. 바로 무기와 곡물, 원유다.” 이러면서 그는 원유는 중동의 산유국들이 잡고 있고, 곡물은 미국의 메이저들이 잡고 있어 무기업계를 택했다고 말했다. 로비업계의 관록이 묻어나는 지적이라고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새삼 그의 말이 생각나는 건 요즘 원유와 곡물 등 상품 가격이 폭등하면서 그 배후에 국제 상품시장을 장악한 메이저들의 농간이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25일 폭로한 세계 최대 상품거래업체인 스위스 글렌코어의 밀 투기 사례가 대표적이다. 글렌코어는 지난해 여름 러시아 밀 작황이 안 좋은 것을 예측하고 밀을 대량 매입한 후 밀 수출을 금지시키라고 러시아 정부를 부추겨서 재미를 봤다.
철저히 베일에 가린 이 회사가 이 투기로 얼마나 벌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러시아 정부의 밀 수출 금지 직후 이틀 만에 국제 밀가격이 15%나 올랐으니 대박을 터뜨렸음이 분명하다.
문제는 세계 주요 상품들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거래시장이 모두 굴지의 광산업체와 유통업체, 투자회사들에 장악돼 가격 조정도 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석유는 이미 경제학 교과서에 사상 최고의 성공한 독과점으로 꼽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산유국들의 유정 개발권을 독점하는 서방 정유사들, 이른바 세븐 시스터스(Seven Sisters)가 꽉 잡고 있다.
곡물은 미국의 카길을 비롯한 4대 메이저가 잡고 있고, 광물 역시 대형 광산과 유통, 투자사들이 지분 소유와 독점 거래 등으로 얽히고설켜 독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글렌코어처럼 상거래 규제가 적은 스위스에 주로 둥지를 틀고 있는 세계 10대 상품거래업체들은 영업 내용을 철저히 감추고 광물과 곡물, 기호품의 수급을 주무르고 있다.
여기에 월가의 투자회사들은 이들 상품에 대한 선물과 파생상품 투기를 통해 돈을 번다. 지난 2월 JP모건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의 80%를 매집해 논란을 빚었고,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는 영국의 한 헤지펀드가 전 세계 물량의 대부분을 해마다 매집하고 있어 국제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골드먼삭스와 JP모건은 아예 유조선을 사서 원유를 쟁여놓는 수법으로 유가 폭등에 짭짤한 재미를 봤다.
석유부터 대부분의 상품들을 거의 전부 수입해야 하는 우리나라 같은 자원 부재 수입국가들로서는 무기력증을 느낄 정도다. 일각에서는 상품시장 메이저들이나 월가 금융사들의 핵심인물 면면이 유대인이라는 점에서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유대인 금융집단이 이들의 배후라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일본과 중국은 서방의 이런 거대한 자원 카르텔을 돌파하기 위해 그동안 아프리카에서 남미까지 부패한 독재정권도 마다않고 자원 확보를 위해 돈을 뿌려왔다. 우리도 석유공사와 농수산물유통공사 등이 국제 자원확보 전쟁에 뛰어들었다는 보도를 보면서 새삼 자원빈국의 절박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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