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보험팔고 커피파는 공인중개사…부동산 경기침체에 ‘투잡’ 열풍
서울 금천구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최근 점포 전면에 은행 자동화기기(ATM)를 배치했다. 지하철 역에서 가까운 좋은 입지여서 은행도 ATM 설치를 반겼다. ATM 이용 실적에 따라 이씨는 일종의 자리 임대료를 받게 된다. 하루 이용 횟수가 30건 이상이면 매달 15만원이나 된다.

이씨는 “요즘과 같은 불경기에 15만원이 어디냐”고 반색했다. 더구나 부동산 중개 계약시에 손님들이 멀리 가지 않고 돈을 찾거나 부칠 수 있고 그냥 ATM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홍보 효과도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거래 건수가 급감하는 시기에 ATM은 이씨에게 별다른 리스크없이 수익을 얻는 최선의 선택이었던 셈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공인중개사들이 너도나도 투잡(twojob) 전선으로 뛰어들고 있다. 주택거래 건수가 급감해 폐업 업소가 늘어나는 배경과 무관치 않다.

2006년 월평균 1만5965가구였던 서울 매매거래 건수(국토해양부 통계)는 지난해 월평균 5946가구로 3분의 1토막났다. 지난해말 기준 서울 중개업자(회원) 수는 2만4054명(한국공인중개사협회 통계)으로 1년 전(2만4853명) 대비 799(3.2%)명 줄었다. 현황조사가 시작된 2007년 1월 이래 가작 적은 숫자다. 공인중개사 4명 가운데 3명은 한 달에 한 건의 아파트 매매 중개도 없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개업소를 운영하면서 또 다른 점포를 창업하거나, 보험을 파는 이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영종도에서 중개업을 운영하던 한모씨는 중개 실적이 급격히 떨어지자 바로 인근에 식당을 운영 중이다.

한씨는 “도저히 중개수수료로는 생활비가 나오지 않아 가진 돈을 톡톡 털어 식당을 열었다”고 말했다. 한씨와 비슷한 경우로, 중개업소 공간 일부를 떼어 아예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꽃집, 인테리어 업체, 잉크충전소, 세탁소 등을 공동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보험 판매는 중개업무와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케이스다. 특히 2009년 5월 실화법이 개정되고 나서 집을 계약할 때 주택화재보험을 권유하는 중개업소들이 생겨나고 있다.

집주인뿐만 아니라 전ㆍ월세로 들어가는 임차인들에게도 실화법 개정안이 적용돼, 중개업자들은 화재보험 판매로 ‘짭짤한 용돈벌이 효과’를 보고 있다. 보험연수원에서 주관하는 보험설계사 자격증을 따면 누구나 보험판매 대리인이 될 수 있는 점에서 중개업자들에게도 진입장벽은 낮은 편이다. 이들은 통상 보험금의 20%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순식 기자/ su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