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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자비한 대출회수, 건설사 법정관리 배수진
기촉법 재도입ㆍ옥석 가려야
“17년 흑자기업을 졸지에 법정관리 기업으로 만들었다. 우리 회사와 거래 중인 협력업체만 해도 400개 회사에 달하고, 진행 중인 현장은 100개에 이른다. 무자비한 대출회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정말 난감할 따름이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시한의 만료와 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싹쓸이 회수가 맞물리면서 시장은 거대한 부작용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국내 건설업 면허 1호인 삼부토건에 이어 17년 연속 흑자기업인 동양건설산업이 잇달아 법정관리행을 택하면서 부실기업이 아닌 흑자기업을 구조조정하는 믿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정부의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는 한 금융권의 무차별 대출금 회수는 계속될 수밖에 없어 건설사들의 줄도산 가능성은 폭발의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당장 생사의 기로에 선 건설사들은 분노와 절망 섞인 목소리로 기촉법의 신속한 재도입을 요구하고 나섰으며, 동시에 무분별한 대출금 회수가 아닌 사업장의 여건을 감안한 선별적 대출 회수의 가이드라인을 당국이 만들 것을 촉구했다.

무분별한 대출금 회수, 5~6월 PF 대란 우려=저축은행의 무차별적인 PF 대출금 회수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이른바 5~6월 PF 대란 가능성이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동산 PF 대출의 연내 만기도래액은 약 25조원(은행권 15조원선, 비은행권 10조원선)이며, 이 가운데 특히 2ㆍ4분기부터 만기가 집중적으로 도래한다. 우리은행만 해도 6조1000억원의 PF 대출 잔액 중 1조3000억원의 만기가 5~6월에 돌아온다. 국민은행도 이 기간에 1조원의 PF 대출 만기가 기다리고 있다. 또 주요 저축은행들의 2ㆍ4분기 PF 대출 만기도래액은 ▷솔로몬저축은행 계열과 현대스위스저축은행 계열이 각각 1000억원선이고 ▷한국저축은행 300억원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저축은행은 특히 2009년 3월 자산관리공사(캠코)가 매입한 1조2400억원어치의 PF가 내년 초 만기가 돌아오면서 운신 폭이 좁아진 상태다. 캠코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세 차례에 걸쳐 저축은행의 부실 PF 대출 5조5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매입 후 3년이 지나면 이를 되돌려 줄 예정인데, 문제는 이들 PF채권 대부분이 고정 이하 여신이다. 이들 채권이 저축은행에 환매될 경우 저축은행의 PF 대출 연체율이 10%포인트가량 더 오를 것으로 금감원은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의 PF 대출 만기 연장 가능성이 더욱 낮아지면서 ‘PF 대출만기=법정관리’라는 공식하에 건설사의 줄도산 위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절망의 건설사, 가이드라인 만들어달라=PF 대출 만기를 앞둔 중견 건설사들은 초비상이다. 주요 대형그룹 건설사들을 제외하곤 PF 대출금을 상환할 여력을 지닌 건설사는 극히 희박하다. 건설사들은 결국 금융권에서 아무런 대안 없이 무차별적으로 대출금을 회수한다면 법정관리 카드 외에는 해결책이 없다며 사실상 배수의 진을 쳤다. 하지만 이는 채권단인 금융사와 건설사 모두에게 극약이 되는 선택인 만큼 양측을 연결해줄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 중견건설사의 관계자는 “기촉법의 부재 속에서 채권단의 100% 동의를 얻어 워크아웃에 돌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당장 기촉법의 재도입이 제일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PF 대출금 회수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줄 것을 요구하는 견해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량사업장과 비우량사업장을 불문하고 대출금 회수에 나설 게 아니라 사업장 실사 후 사업여건이 양호한 사업장에 대해선 일부 채권단의 반대가 있더라도 대출금 만기를 연장해 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순식 기자@sunheraldbiz>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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