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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피티 아티스트 임진영, 동대문 디자이너 김병준과 콜래버레이션
낚시질 판치는 세상향해

“낚지 마라” 대놓고 메시지

부품 취급받는 노동자 외침담아

“나는 기계가 아니다” 문구도

사회 통념을 비트는 위트…

단순한 낙서보다 캐릭터 집중

생소하면서 친근한 이미지

美 스트리트시장 진출 계획도





흔히 벽에 휘갈기는 낙서 정도로 여기는 ‘그래피티’(Graffiti)가 디자인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글로벌 전기전자(IT)업체는 물론 해외 유명 스포츠 브랜드까지도 그래피티 전문가를 디자이너로 초빙, 감성적인 상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건설사, 패션업체들이 그래피티 전문가를 초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60년대 미국의 저항 문화에서 태어난 정체성에 걸맞게 반항과 자유, 일탈과 변화, 파격과 도전의 이미지가 강한 그래피티는 특히 빠른 변화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패스트 패션과 잘 어울린다. 동대문패션 브랜드 초코아이스는 최근 그래피티 패션으로 20, 30대 멋쟁이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초코아이스의 그래피티 디자인은 낙서라기보다 언뜻 캐릭터에 가까워 보인다. 전혀 생소하지만 친근감이 드는 건 바로 이런 요소 때문이다. 그래피티의 본질이랄 수 있는 재미도 빠지지 않는다. 작품을 잘 뜯어보면 구석구석 이야기가 숨어있다.

이는 국내 그래피티계 최고봉이란 소릴 듣는 임진영(36) 씨의 창조성과 김병준(39) 초코아이스 사장의 아이디어의 합작품이다.

 ‘산타실장’이란 닉네임으로 불리는 임 씨는 “제가 재미있어야 남들도 재미있지 않겠냐”며 “옷을 입는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놔 상상력을 자극해 주는 쪽으로 디자인을 해 나간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원숭이를 모티브로 디자인해도 그냥 원숭이가 아니라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원숭이를 그린다.

임 씨의 디자인의 모태는 힙합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국내 가요계에 혜성처럼 나타났을 때 그래피티와 처음 만났다. 그 이후로는 그래피티가 좋아 낙서하고, 또 낙서했다. 그는 얼마 전 힙합문화를 타깃으로 한 대형 브랜드로부터 스카우트 제안을 받기도 했다.


힙합적인 분위기는 그의 디자인에 숨어 있다. 세상을 슬쩍 비틀어 보여준다. 소비자들을 낚는 ‘낚시질’이 판치는 세상에서 “낚지 마라”는 메시지를 넣거나, 기계 부품처럼 일하는 노동자들이 외치듯 “I’m not Machine.”(나는 기계가 아니다)고 외치기도 한다. 유행에서 자유로운 것도 그 다움이다. 유행을 쫓다 보면 디자인 원칙이 깨져 결국에는 초코아이스의 정체성까지도 만들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김 사장과 산타실장은 올 초부터 밤샘 작업을 통해 5~6개의 톡톡 튀는 그래피티를 활용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올여름까지는 추가 디자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동대문시장에서도,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단순한 동대문 브랜드가 아닌 ‘초코아이스’라는 그래피티 디자인을 활용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각오다. “저희 디자인을 보고 ‘초코아이스’ 제품이네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했다. 이후에는 그래피티 문화의 원류라 할 수 있는 미국 스트리트(street) 의류시장 진출 계획까지 갖고 있다.

패스트패션의 대명사 유니클로는 그래피티 디자인으로 얼마 전 재미를 톡톡히 봤다. 키스 해링과 장 미셸 바스키아의 디자인을 티셔츠에 접목해 그간 SPA시장에서 유통되던 옷들과 차별화되는, 자유분방하며 품격까지 느껴지는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당겼다.

그래피티는 세계적인 명품 패션과도 손을 잡았다. 90년대 후반 옛 영광을 잠시 접고 실험적인 모습을 보였던 루이비통은 그래피티 아티스트 스테판 스프라우스와 협업에 들어갔다. 손글씨로 쓴 독특한 흘림체의 로고가 박힌 백이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고, 이는 2000년대 일본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와의 콜래버레이션까지 이어졌다. 21세기 루이비통의 혁신이 그래피티 아티스트의 손끝에서 시작된 셈이다.

‘동대문발(發) 그래피티 패션’의 의미는 특별하다. 유명 브랜드들이 기존의 세계적인 거장과 직접 손잡거나 작품을 차용하는 것과 달리 이들은 토종 아티스트와 작은 업체의 적극적인 화학 작용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대문’이 좀 더 젊고 빠른 거리 패션에 맞닿아 있다는 점도 새로운 그래피티 패션 붐을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유명 브랜드의 저렴한 모방’이라는 동대문 의류의 기성 이미지를 전복한다는 점 역시 다분히 ‘그래피티적’이다.

<허연회 기자 @dreamafarmer> okidoki@heraldcorp.com 
사진=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세계적 그래피티 아티스트는

키스 해링·장 미셸 바스키아

반핵·흑인인권 등 사회문제 천착

에이즈·코카인 중독으로 요절


그래피티 아티스트 거장 키스 해링(Keith Haring)과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두 사람 모두 그래피티 아트에 있어 천재성을 인정받았지만, 단명(短命)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1958년 생인 키스 해링은 지난 1990년 31살의 나이에 에이즈로, 1960년 생인 장 미셸 바스키아는 그의 나이 28세 때 코카인 중독으로 요절했다.

뉴욕 지하철 벽면에 그려져 있는 낙서에서 영감을 받는 키스 해링은 인종차별 반대, 반핵 운동, 동성애자 인권운동, 에이즈 교육 등의 사회문제를 다뤄 더욱 주목을 받은 화가였다. 간결한 선, 강렬한 원색, 재치와 유머가 넘쳐 흐르는 표현으로 유명하다. 워낙 판화를 통한 복제본 유통이 많기도 하지만 유화 등은 수백만달러를 호가한다.

최근에는 각종 케이스나 자동차, 와인, 핸드백 등에 키스해링의 창의적 마인드가 담긴 디자인이 채택되기도 한다.


이에 반해 장 미셸 바스키아는 인종주의, 해부학, 흑인 영웅, 만화, 자전적 이야기, 죽음 등의 주제를 주로 다뤄 흑인으로 미국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의 비극적인 삶에서 생존의 본능이 번뜩이는 충격적인 작품을 많이 남겼다.

‘검은 피카소’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던 그는 천재적 자유구상화가로 거리의 낙서를 예술로 한 차원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연회 기자 @dreamafarmer> okido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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