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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수요자, 전문가, 건설사 "DTI규제로 거래 실종된다"

정부가 ‘3ㆍ22 주택거래활성화대책’을 통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지난해 8ㆍ29 대책 이전으로 환원시킴에 따라 주택 시장의 침체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그간 금융기관의 자율 심사로 이뤄지던 DTI 대출 규제를 과거 8ㆍ29 대책 이전으로 되돌리는대신 취득세 인하와 고정금리ㆍ비거치 식 대출시 최대 15%P의 DTI 비율 완화 카드를 내밀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시중 금리가 상승 기조에 있어 수요자들이 내집 마련에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다. 정부는 또 분양가상한제의 조기 폐지를 약속했지만, 이 또한 민주당의 반대 등으로 주택법 개정안의 통과시기를 가늠하기 힘든 양상이어서 실질적인 주택 공급의 확대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모습이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경영난을 겪는 중견건설사들의 줄부도를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도 나오고 있다.

▶실수요자들 빚내서 샀는데 집값 떨어지면 어떡하나= 정부는 3ㆍ22대책을 통해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 거래 시장을 유도하겠다는 심산이지만 정작 실수요자들의 걱정은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이들은 집을 살 때가 아니라 나중에 집을 팔 경우 손해보고 팔게 되지나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비거치식, 고정금리, 분리상환 등의 조건으로 대출받을 경우에는 기존보다 DTI 적용 한도가 15%P 올라가지만, 이는 역으로 사실상 레버리지 효과를 노린 대출을 막는 것과 같다. 투자 수요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주택 시장은 전반적으로 지난해 8ㆍ29대책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것이란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로 인해 지난달까지 반짝 했던 거래가 다시 막히고, 이에 따른 주택가격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망은 이미 DTI 대출규제 부활을 일주일 넘게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곳곳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실제 노원구 상계신동아 아파트 전용84㎡는 지난 1월 3억7000만원까지 거래됐지만 이달 들어 2억8500만원으로 하락하며 9000만원 가까이 가격이 빠졌다. 

상계동 R공인 대표는 “이달 들어 매매 중개를 단 한 건도 못했다. 전세 살다 매매하려 했던 사람들도 DTI 부활된다고 하니 집값 빠질 걱정에 다시 전세계약 연장했다”고 말했다. 취득세가 인하되지만 아파트 자체에 대해 매력을 못 느끼는 실수요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 22일 오픈한 송파구 문정동 오피스텔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한 방문객은 “DTI 다시 묶이면서 내집마련 계획을 변경했다. 오피스텔은 DTI규제 대상이 아니고 나중에 전세 구한 뒤 월세 받을 수도 있어 이곳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왜 하필 이때, 거래 다시 줄고 있는데 대출규제까지...건설사들 설상가상= DTI 규제 부활로 건설사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정부의 DTI 규제 부활이 타이밍이 좋지 않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전세난 여파로 그나마 일부 회복세를 보이던 수도권 주택 시장이 최근 다시 하락세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대출 규제까지 가해진다면 시장의 냉각 속도가 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아직 매매 시장이 본격적으로 회복된 것도 아닌데, 대출 규제가 시행된다면 수요자들의 기대감이 사라져, 부동산 시장이 다른 국면을 맞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주택 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건설사들의 사정은 보다 심각하다. DTI 규제로 분양 시장의 냉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회복 기대감을 타고 분양 시점을 조율하던 건설사들에게서는 당황스런 기색까지 감지된다. 더구나 지난 20일 LIG건설이 전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최근 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중견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심화되는 시점이어서 대출 규제가 중견사들의 입지를 더욱 좁게 하고 있다. 중견사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대형 사업을 앞두고 있는데, 현 시점에서 대출 규제가 부활돼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라며“기대를 걸고 있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도 국회 통과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게 마음에 걸린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취지는 공감하지만 거래활성화에는 회의적 =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번 대책이 시장의 냉각을 가져올 것이란 데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대책의 취지와 관련해 가계부채 급증을 제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긍정적 평가를 얻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그동안 금리상승기에 유동성 과부화 위기가 제기됐는데 정부가 이번 대책으로 이를 적절히 제어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대책은 철저히 실수요자 중심의 대안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택거래활성화 대책이라는 이름은 무색해질 것이란 데는 큰 이견이 없었다. 대출 규제 및 구매 심리 저하로 거래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양지영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 DT I규제가 부활된다는 얘기가 돌면서 이미 시장은 심리적 타격을 받아 거래가 줄어드는 등 위축된 상태로, 이 같은 침체 분위기가 금리인상과 맞물리면서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내놓은 15%P의 DTI 규제 완화 혜택도 금리 상승기의 현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견해도 나왔다. 우리은행 잠심나루역 지점의 한 대출 담당자는 “정부가 고정금리ㆍ비거치식ㆍ분활상환 대출의 경우 DTI 비율을 최대 15%P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했지만, 대출금리가 높고 당장 목돈 상환 부담이 큰 이같은 조건으로 담보대출을 받는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이어서 거래활성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탁상대책”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대책의 취득세 인하 부문에 대해서도 제한적 효과 만이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은 “취득세 인하는 일정 부분 거래를 유인할 수 있는 당근책이 될 수 있으나 취득세 인하보다는 DTI 규제 및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이 더 큰 실정”이라며 “향후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확신이 불투명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거래활성화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정순식ㆍ김민현ㆍ정태일 기자@sunheraldbiz>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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