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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사라고 어깨 힘 줄 필요 없잖아요”
‘싸인’서 날라리 형사역 정겨운
강력계 형사역 매력있지만

본업 등진 캐릭터 아쉬워

오랜만에 선생님 만난 기분

박신양 선배 연기 큰 자극

새작품서 나만의 색 보여줄것



크지 않은 긴 눈과 단정한 코. 배우 정겨운의 얼굴은 서늘하다. 원빈ㆍ장동건처럼 눈을 끄는 미남도 아니고, 꽃미남 아이돌처럼 앳되고 아기자기한 면모도 찾아보기 힘들다. 하얀 도화지 같은 그의 얼굴은 어떤 역할도 흡수할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매력을 지녔다.

SBS ‘싸인’의 정겨운은 ‘강력계 형사’라는 한국 드라마의 오랜 클리셰에 새 옷을 입혔다. 강력계보다는 홍대 클럽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신세대 형사 ‘최이한’. 신문실에서 용의자와 농담 따먹기나 하는 날라리 형사지만 일단 감을 잡으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불독 기질을 지녔다. 

마지막회가 방송사고로 얼룩질 만큼 치열했던 촬영현장을 이제 막 뚫고 나온 그는 시원섭섭한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법의관 못잖게 매력적인 역할이었지만, 자꾸 본업을 등지고 ‘다른 일’(연애)에 몰두했던 건 아쉬웠어요. 작품 내내 감독님께 압력을 넣었는데, 너무 친해서 통 효과가 없던걸요.”(웃음)

영하 10도를 밑도는 혹한 속에서 형사 최이한은 뛰고 또 뛰었다. 박신양ㆍ김아중에게 극의 중심이 쏠리는 만큼 기다리는 시간도 길었다. 즉석에서 대본이 수정돼 얼떨결에 박신양에게 한 대 맞는 장면도 있었다. 

재벌 2세도, 강력반 형사도 자기만의 색깔로 다시 풀어내는 정겨운. 흰 도화지처럼 빠른 흡수력과 가능성을 지녔다.

그래도 기꺼이 기다릴 수 있었던 것은 이 작품이 국내 처음 시도된 법의관 소재의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행복한 여자’ ‘불한당’ ‘태양의 여자’ ‘미워도 다시 한번’ ‘천만번 사랑해’ ‘닥터챔프’ 등 절절한 멜로물에 주로 출연한 그에게 ‘싸인’은 일종의 전환점이었다. 재벌 2세, 키다리 아저씨가 아닌, 새로운 캐릭터와 신선한 소재의 드라마를 필요로 하던 때였다.

“연쇄살인범이 영화가 아닌 안방극장에 등장하는 것도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대본 자체에 시청자들을 흡입하는 힘이 있어요. 극본을 쓰신 김은희 작가님 몸값이 요즘 많이 뛰었다더라고요. 그럴 만하죠.”

폭풍처럼 몰아치는 박신양의 연기는 연기 8년차에 접어든 그에게 큰 자극이 됐다. “연기를 맞춰볼 때 계속 질문을 하세요. ‘지금 여기서 네가 어떤 감정이지?’하는 식이죠. 그럼 제 연기를 되돌아보게 되고, 조금씩 수정해나가요. 오랜만에 연기 선생님을 만나 수업을 받는 기분이었어요.”


최고가 되고 말겠다는 투지, 물불 안 가리는 열정 대신 그는 길고 소박한 꿈을 지녔다. 평범하고 아늑한 가정을 꾸리는 것, 오랫동안 가장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는 것이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이나 역할, 사람은 쉽게 포기하는 편”이라고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정겨운은 오는 5월 방송되는 KBS 새 수목드라마 ‘식모들’에서 까칠한 재벌 2세 역에 캐스팅됐다. 이달 말 촬영을 앞둔 그는 “흔한 재벌 2세지만 그래도 이번엔 제 방식대로 다르게 연기할 거니까”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재벌가를 떠도는 수상한 식모들의 정체를 파헤치는 ‘식모들’은 ‘파스타’의 서숙향 작가가 쓰는 로맨틱 코미디물. “소재가 독특하고, 코미디라는 장르도 마음에 들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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