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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대지진>내진설계 안 된 아파트 주민들 “두 발 뻗고 자기 힘들다”…불안감 증폭
지난 15일 찾은 노원구 중계동의 한 사무실. 

이곳은 노원사랑방 카페 회원들이 모이는 오프라인 공간이다. 지난 주 서울시 자문위가 재건축 연한을 40년으로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발표에 반발, 재건축 연한 단축을 요구하는 현수막 문구를 놓고 최종 작업이 한창이다. 이들은 이번 주 노원구 아파트 주민 뿐만 아니라 강북구와도 연합해 대거 시위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수 노원사랑방 홍보국장은 “내진설계 안 된 아파트들이 재건축 연한 다 채우려면 10년 넘게 걸리는데 이는 매일매일 10년 동안 재앙을 키우는 꼴”이라고 말했다.

참극을 불러온 일본 대지진을 지켜보면서 노원ㆍ강북을 비롯해 경기권까지 내진설계가 안 된 아파트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더 이상 지진이 남일이 아니라는 불안감마저 불어나고 있다.

노원구 월계동의 양모씨(56)는 “지은 지 오래됐어도 당연히 내진설계 아파트라고 알았는데 뒤통수 맞았다”고 말했다. 상계동 함모씨(42)도 “내진설계 안 된 집에 누가 살려고 올지 집값 더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노원사랑방 카페에도 ’살고 싶으면 노원을 떠나는 게 상책이다’, ’강남은 튼튼하게 지었다는데 집 팔아서 강남서 월세살이 해야겠다’는 등 격한 감정들이 여과 없이 올라왔다.

경기도 광명시 하안 주공 아파트 단지에서도 내진 설계 적용을 위한 재건축 연한 완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주민 이모씨는 “일본 지진에서 보듯 우리나라에 진도 6이상 지진이 서울 근처에 발생한다면 노후된 중층 이상 아파트는 거대한 무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박모씨도 “지난해 인근 시흥에서는 지진이 발생했는데 만일 지진으로 주민들이 피해를 본다면 지자체 수장이 책임을 질 수 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불안감을 느끼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실제 노원구 아파트가 지진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노원구가 1985~1989년에 준공된 5개 아파트를 대상으로 내진 성능을 검사한 결과, 2개 단지는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9년에 준공된 노원구 상계동의 이 아파트는 일정한 충격을 받고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진동주기 기준치보다 5배 이상 초과해 지진 발생 시 심각한 위험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노원구 주민들은 내진설계 안 된 아파트들은 재건축 연한을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물이 일정한 충격을 받고 원래의 위치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한 진동주기 항목에서 A, B 단지는 각각 7.8초, 2.5초 걸려 안전 기준치인 1.5초보다 최고 5배 이상을 기록했다. 검사 당시 구청장을 맡았던 이노근 노원미래발전연구소장은 “이는 초기 지진 발생 시 결국 변형된 힘을 이기지 못해 무너지거나 파손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위험성이 제기되면서 재건축 연한을 앞당겨야 한다는 여론이 커져가고 있다. 여기에 얼마전 서울시 자문위가 안전진단을 실시한 11개 단지 모두 내진설계가 안 됐고, 안전진단 평가 항목에도 내진설계 부분은 빠져 있어 반드시 예외 조항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서울시 자문위도 내진 성능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고 자평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는 “내진설계가 빠진 아파트들은 3, 4도 지진에 흔들릴 경우 길이 변화가 허용치 내에 있지만 이를 안전하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는 내진 성능 현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내진종합대책 용역 시행 중으로 올해말이나 내년초에 내진 자가진단시스템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순식ㆍ정태일 기자@ndisbegin>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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